또 하나의 딥시크 모먼트?…中 키미 쇼크에 "AI 판도 다시 흔들"

블룸버그 "AI주 다시 흔들려"…WSJ "미국 AI 독주에 도전장"
로이터·FT "중국 AI 생태계 급성장"…GPU 수요 위축 여부는 의견 엇갈려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의 '키미(Kimi)'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7.17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공개한 최신 AI 모델 '키미 K3'가 뉴욕 증시를 뒤흔들면서 주요 외신들은 '제2의 딥시크(DeepSeek)'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해 중국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내놓으며 미국 AI 기업들의 독주에 균열을 냈다면, 이번에는 키미 K3가 미국 최고 수준의 AI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앞세워 AI 경쟁 구도를 다시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충격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라며 단기적인 투자심리 악화와 AI 경쟁 심화라는 측면을 동시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미 K3는 미국 AI 기업들의 독주를 다시 한 번 흔들며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동시에 AI 경쟁이 미국 중심에서 글로벌 경쟁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들은 향후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가 AI 투자 계획을 유지할지가 이번 충격이 일시적 조정으로 끝날지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또 하나의 딥시크 모먼트"…AI주 베어마켓

블룸버그는 18일 키미 K3 공개 이후 투자자들이 "또 하나의 딥시크 모먼트(Another DeepSeek Moment)"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키미 공개 이후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등 AI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최근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져 기술적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열풍이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TSMC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AI 투자 확대보다 과잉 투자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투자자들이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실제 수익 창출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해석도 다소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바이털 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키미 K3는 상당히 큰 모델이기 때문에 구동하려면 오히려 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며 "오픈AI와 앤트로픽에는 시장점유율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컴퓨팅 수요 자체를 줄이는 모델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WSJ "미국 AI 독주 흔드는 중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키미 K3를 단순한 증시 이벤트보다 AI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했다. 신문은 키미 K3가 약 2조8000억 개의 매개변수(parameter)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open-weight) AI 모델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AI 기업들이 유지해온 기술 우위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 웨이트란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의 핵심 가중치(weights)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해 딥시크에 이어 키미까지 등장하면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WSJ은 주목했다.

AI 모델 개발 비용이 하락하면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AI 인프라 투자 속도는 둔화할 수 있어 엔비디아와 메모리 업체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FT "중국 AI 생태계 약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키미 K3를 중국 AI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조명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AI 기업들이 오픈소스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샷AI뿐 아니라 알리바바와 미니맥스(MiniMax), Z.ai 등 중국 기업들이 잇달아 대형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중국 AI 생태계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FT 역시 중국 AI 경쟁이 특정 기업의 약진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제한에도 중국 기업들이 자체 알고리즘과 오픈소스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버블 붕괴보다 건강한 조정"

외신들은 이번 키미 충격이 지난해 딥시크 쇼크와 비슷한 투자심리 변화를 불러왔지만 AI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블룸버그는 하그리브스 랜즈다운(Hargreaves Lansdown)의 맷 브리츠먼을 인용해 이번 반도체주 급락은 "AI 투자 스토리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과열됐던 거래가 되돌려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브리츠먼은 "AI 투자 계획이 유지된다는 확신만 확인된다면 대기하던 자금은 다시 AI 관련 종목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은 메모리와 AI 반도체 시장의 끝이라기보다 가장 뜨거웠던 구간의 건강한 리셋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