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열리기 전 서울부터 본다"…코스피, 글로벌 AI주 선행지표로

블룸버그 "코스피-나스닥 상관계수 2년래 최고, 5년 평균의 3배"
"삼성·SK하이닉스 움직임이 월가 투자 판단 기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 코스닥은 37.59p(4.53%) 하락한 791.84로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4.3원 내린 1480.4원을 기록했다. 2026.7.16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 보도했다.

한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변부 시장으로 여겨졌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AI 투자심리와 글로벌 위험선호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 약 4조달러 규모의 한국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주의 움직임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투자심리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의 자산운용사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매니저 하니 레다는 "이제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라며 "하루를 서울 증시부터 확인한 뒤 한국 시장이 끝나면 미국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본다. 거의 24시간 추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월가·런던의 새 아침 일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관행도 달라지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아시아 시장전략 책임자는 재직 14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투자팀을 상대로 한국 증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일본 트레이더들도 코스피를 핵심 모니터링 지표에 추가했고, HSBC는 "요즘은 모든 회의에서 한국이 논의된다"고 전했다.

데이터도 한국 증시와 미국 기술주의 연결이 한층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올라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

뉴욕 투자회사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의 아이번 파인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이제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속한 동일한 변동성 생태계의 일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코스피가 미국 AI와 반도체주의 위험을 가늠하는 장 시작 전 신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증시는 더 이상 "멀리 떨어진 신흥시장의 곁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증시가 급락할 때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주 AI 수요 둔화 우려로 코스피가 하루 만에 약 9% 급락하자 미국에 상장된 SK하이닉스 ADR도 9.3% 떨어졌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주까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추세를 밑도는 약세를 보일 때 나스닥100이 코스피 움직임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이달 7일 기준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MSCI 세계지수의 한국 증시 약세에 대한 민감도도 이달 초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상관관계도 크게 높아졌다. 일본 주식 전략가들이 코스피 차트를 별도의 모니터링 대상으로 추가할 정도다.

글로벌 영향력 커졌지만…레버리지발 변동성은 부담

다만 한국 증시의 높아진 영향력은 과도한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동반한다.

코스피는 레버리지 거래가 확대되면서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가 됐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이후에는 서울 증시의 투자심리가 뉴욕 거래시간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주식의 영향력이 사실상 하루 종일 지속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한국 증시의 영향력이 앞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25% 하락해 시가총액 약 1조달러가 증발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점에서 각각 30% 이상 떨어졌다.

한국 당국이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한 신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의 상장을 일시 중단한 것도 투기적 거래와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코스피는 올해 들어 여전히 62% 상승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는 당분간 글로벌 AI 투자 흐름의 중심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 UBS 스미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의 고바야시 지사 주식전략가는 "AI 랠리가 지속되는 한 투자자들이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레버리지에 따른 등락이 큰 비교적 미성숙한 시장이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면서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거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