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 4.8% 급락…SK하닉 ADR 9%↓·샌디스크 12%↓
이란 긴장·AI 랠리 과열 우려에 메모리주 집중 매도
BofA "전력관리 아날로그 반도체는 AI 숨은 수혜주"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반도체주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격화로 위험자산 선호가 위축된 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펀더멘털을 앞질렀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장보다 4.78%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하락률 1.55%를 크게 웃돌며 뉴욕증시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0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9.32% 떨어진 152.35달러에 마감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149달러보다 12.8% 오른 168.01달러로 마감했지만, 한 거래일 만에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메모리와 데이터 저장장치 관련 종목의 낙폭이 특히 컸다. 샌디스크는 12%,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5%, 마이크론은 4% 각각 하락했다.
다른 주요 반도체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인텔은 6%, AMD는 4% 내렸고 엔비디아 역시 하락 마감했다.
최근 반도체주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메타와 xAI가 남는 AI 연산능력을 외부에 판매하거나 임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데이터센터가 과잉 구축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재개한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9% 넘게 뛰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까지 다시 커졌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반도체주 전반의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AI 투자금이 GPU와 메모리에서 전력관리와 광통신,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으로 확산하는 종목별 차별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월가에서는 AI 반도체 투자 기회가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전력관리용 아날로그 반도체를 새로운 수혜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AI가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에서 갈수록 의미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수요가 서버 랙을 넘어 전력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공장 자동화 설비 등에서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고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관리 반도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BofA는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의 AI 관련 매출이 올해 대부분 50%에서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아날로그 반도체는 산업자동화와 자동차, 전자제품, 항공우주·방산, 전력 인프라 등 고객 기반이 넓고 제품 수명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방어적인 산업재 노출과 긴 제품 주기, 강한 자유현금흐름을 갖추면서도 AI를 비롯한 장기 성장 흐름에 참여할 수 있다"며 변동성이 커질 때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반도체 분야라고 평가했다.
BofA는 아날로그디바이시스(ADI)를 산업용 시장 회복과 AI 데이터센터 전력시스템 수요 증가의 주요 수혜주로 꼽았다. 또 온세미컨덕터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앨리그로마이크로시스템스도 AI 전력 인프라와 자동차 반도체 수요 확대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날 위험회피성 매도세에서는 이들 종목도 자유롭지 못했다. 아날로그디바이시스는 2.4%, 온세미컨덕터는 5.8%, 앨리그로마이크로시스템스는 7.3% 각각 하락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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