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입성한 SK하닉…월가 "AI가 메모리 사이클 바꿀 시험대"
CNBC "HBM 수요 폭발" vs WSJ "사이클 우려는 여전"
블룸버그 "장기 공급계약이 게임체인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AI가 메모리 산업의 오랜 경기순환(사이클) 구조를 정말 바꿀 수 있을지를 놓고는 신중한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10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149달러)보다 12.8% 오른 168.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해외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사상 최대 규모인 265억달러를 조달한 이번 상장은 미국 투자자들의 AI 메모리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시켰다.
미 경제매체 CNBC방송은 이번 상장을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HBM 수요가 줄어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더니 고객들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과거와는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도 이번 상장의 의미를 단순한 기업공개(IPO)가 아니라 AI가 메모리 산업의 오랜 호황·불황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시장의 베팅이라고 분석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분명히 상황이 달라졌다"며 챗GPT 이후 메모리 부족 현상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했고 고객들이 장기 공급계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곽 CEO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고, 최 회장도 장기 공급계약 확대가 메모리 가격과 판매량의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사이클 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투자 열풍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모리 산업 특유의 경기순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가벨리펀드의 헨디 수산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에 "메모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기순환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도 "2026~2028년까지는 주요 고객들의 투자 확대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이번 상장이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를 넘어 산업재와 전력, 유틸리티 등 AI 인프라 전반으로 투자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평가했다.
야후파이낸스 역시 미국 투자자들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세계 최대 HBM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 점을 이번 상장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다.
다만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 과잉으로 원가 이하 판매까지 감수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AI 시대에도 장기 공급계약이 과거의 극심한 호황과 불황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스닥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AI 시대 메모리 산업의 가치평가 기준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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