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엔 방어도 역부족…헤지펀드, 엔저 베팅 19년 만에 최대

엔화 숏 2007년 이후 가장 많아…달러당 162엔대서 개입 경계
전 日환율책임자 "엔화 20% 저평가"…시장 "개입보다 금리차"

일본 엔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엔화 매도 베팅은 19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고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개입 의지를 시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 기준 6월30일 현재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약 13만8000계약으로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엔화는 지난주 달러당 162.84엔까지 밀리며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7일 아시아 거래에서도 달러·엔 환율은 162엔 안팎에서 움직이며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대규모 실탄을 쏟아부었다.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엔화가 처음 달러당 160엔을 넘어선 뒤인 4월28일부터 5월27일까지 총 11조7300억엔을 투입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고, 엔화는 다시 40년 만의 최저권으로 밀렸다.

엔화 약세의 핵심 배경은 여전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속도는 더뎠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안정 의지를 강조하면서 미국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엔화에 부담을 줬다.

시장 참가자들이 지난주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를 이용한 일본 정부의 기습 개입 가능성을 경계했지만 실제 개입이 이뤄지지 않자 엔화 매도가 다시 힘을 얻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MUFG의 리 하드먼 선임 외환전략가는 로이터에 "미국 휴장 기간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다시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행동은 없었다"며 "그 결과 엔화가 최근 반등분 일부를 되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가 이미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전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인 야마사키 다쓰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엔화는 최대 20% 강해야 한다"며 달러당 130엔 안팎이 적정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 기대 심리가 바뀐 것"이라며 "엔화 약세는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마사키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연준의 추가 인상은 불확실하다며 미일 금리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일본 당국이 이미 시장에 충분한 경고를 보냈다며, 투기세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소규모·비공개 방식의 '스텔스 개입'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금리차와 달러 강세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년 뒤 달러·엔 전망치를 기존 155엔에서 165엔으로 상향 조정했고,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도 여전히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엔화의 향방은 일본 정부의 개입 의지보다 미국 금리 경로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월가의 중론이다. 8일 공개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워시 체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의지가 확인될지가 엔화 향방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