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이사 "포워드가이던스 유연하게"…워시 소통개혁 지지

"상황 따라 정책효과 높이는 유용한 도구"…제한적 변화 기조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6.2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기준금리 향방을 미리 시장에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는 여전히 유용한 통화정책 수단이라면서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를 추진하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소통 개편에 힘을 실으면서도 정책 신호 자체를 완전히 없애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6일(현지시간) 월러 이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때로는 통화정책 효과를 크게 강화하는 가치 있는 도구였으며 앞으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기준금리 변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1~2년이 걸리지만, 연준이 2021년 가을 금리 인상을 시사했을 때 시장금리가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먼저 상승하며 금융여건을 긴축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월러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제대로 작동하면 기준금리 조정보다 더 빠르게 경제 여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충분히 유연하지 못한 포워드 가이던스는 정책 전달을 방해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2021년 연준이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뒤 인플레이션이 급등했음에도 기존 방침에 묶여 실제 금리 인상을 2022년 3월까지 미뤘던 사례를 언급했다.

또 "시장과 대중이 중앙은행의 정책 반응 함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반응 함수가 명확하지 않다면 중앙은행은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러는 이날 현재 통화정책 방향이나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워시 의장이 추진 중인 연준의 소통 방식 개편과 맞물려 주목된다.

워시는 지난달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금리 방향을 암시하는 문구를 성명에서 삭제했고, 분기별 점도표와 기자회견 방식 등을 포함한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재검토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8일(한국시간 9일 새벽) 공개되는 6월 FOMC 의사록이 워시 체제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보여줄 첫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발언을 워시 의장이 추진하는 연준의 소통 개편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완전히 폐기하기보다는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려는 취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러가 코로나19 당시 포워드 가이던스가 연준의 "손발을 묶었다(tied the hands)"는 점을 인정했다는 데 주목하며, 워시 의장이 추진하는 연준의 소통 방식 개편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월러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여전히 가치 있는 정책 도구"라고 재확인한 점에 초점을 맞췄다. 워시 체제의 변화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방향이라는 해석이다.

로이터는 이번 발언이 연준 내부에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워시 의장이 '말을 줄이는 연준'을 강조하는 가운데, 월러는 정책 반응 원칙만큼은 시장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새로운 소통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