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금리 공식도 안통한다…미즈호 "달러당 163엔 이상 가능"

日금리 올라도 엔 약세 지속…미·일 금리차와 환율 상관관계 역전
"2024년보다 약한 엔화 용인할 수도"…개입 경계는 여전

엔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엔화가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엔화 전망을 판단할 때 가장 널리 쓰던 '금리차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즈호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를 기준으로 달러·엔 환율을 예측하던 기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일본 국채금리가 미국 국채금리보다 상대적으로 오르면 엔화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 금리가 상승하는데도 엔화가 오히려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던 로체스터 미즈호은행 유럽·중동·아프리카 FICC 전략 책임자는 "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가 뒤집힌 것을 보면 엔화는 더 이상 주요 10개국(G10) 통화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충격 이후 나타난 헤지 행태 변화와 일본 국채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 참여 확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미즈호는 일본 금리와 엔화 환율의 상관관계가 깨진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환헤지 방식 변화를 지목했다. 과거에는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을 살 때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환헤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발표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헤지 비용도 높아지면서 헤지를 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이는 투자자가 늘었고, 그 결과 일본 금리가 올라도 엔화 매수 수요가 예전만큼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시장 참여 확대도 기존 공식을 약화시켰다. 과거에는 일본 국채를 사기 위해 달러를 엔화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선물·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엔화를 직접 많이 사지 않고도 일본 금리 상승에 베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 수요 증가가 곧바로 엔화 수요 증가로 이어지던 관계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엔화는 이번 주 달러당 162엔을 넘어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엔화가 160엔을 처음 넘어섰을 때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7300억엔을 투입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추가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제 달러당 163엔과 그 이상을 다음 관전 구간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략가들은 일본 재무성이 2024년 개입 당시보다 더 약한 엔화 수준을 용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일 오전 11시 43분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 0.28% 상승한 162.71엔으로 움직였다.

다만 미즈호는 엔화가 신흥국 통화처럼 움직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로체스터 미즈호 전략가는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시절 파운드화처럼 시장 스트레스가 큰 시기에는 G10 통화에서도 금리와 환율의 전통적 관계가 일시적으로 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단기·중기 국면에서는 일본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