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AI 투자·국가부채·금융 취약성…세계경제 위험 커졌다"

"인플레 기대심리 고착 가능성…부채 축소 시급"
"AI 붐, 과잉투자 초래할 수도…고용 불안 초래 우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보며 거래하고 있다. 2026.6.17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사상 최대 수준의 국가부채, 금융시장 취약성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에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각국 정책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S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경제보고서에서 재정 악화와 공급망 충격, 금융시장 불안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세계 경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재정·통화·금융 정책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안정은 건전한 재정과 금융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BIS는 특히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AI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공급 병목과 치열한 경쟁이 과거 정보기술(IT) 버블과 같은 과잉투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AI 확산이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에도 경제 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데 코스 사무총장은 "현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AI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BIS는 최근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충격이 반복될 경우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될 수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필요할 경우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면 즉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국제유가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BIS는 금융시장 취약성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높은 자산 가격과 투자자들의 안일한 위험 인식으로 국채시장이 이전보다 취약해졌고, AI 투자 자금도 부채와 복잡한 금융 구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국가부채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대형 헤지펀드가 국채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떠오르면서 '국가부채-금융안정성 연결고리(sovereign-financial stability nexus)'라는 새로운 위험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스메츠 BIS 통화경제국장 직무대행은 "이 같은 새로운 연결고리는 국채 가격이 더 자주,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금융 여건도 급격히 긴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현재 주요 국가들의 부채 수준은 지나치게 높고 상당 부분이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며 "부채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BIS는 각국 정부에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유지하는 한편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은행권 밖 금융부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며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정책당국은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대응이 늦어질수록 필요한 조정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