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확보 전쟁…마이크론 "1000억달러 물량 선계약"

고객사 16곳과 장기공급계약 체결·220억달러 선급금 확보
"HBM은 범용부품 아닌 전략자산"…공급부족 2027년 이후 지속 전망

마이크론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주요 고객들과 최소 1000억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수년치 메모리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메모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4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들과 16건의 전략적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계약은 대부분 수년에 걸쳐 메모리 공급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히 14건의 계약은 잔여 계약기간 동안 최소 1000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보장하며 고객사들은 220억달러의 선급금과 구매 약정을 제공했다.

일부 계약에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조항도 포함됐다. 고객이 약정 물량을 실제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방식이다.

AI 서버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모리 공급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고 야후 파이낸스는 해석했다.

마이크론은 이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은 41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수익성이다. 3분기 총마진율은 84.9%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번 분기 총마진율이 86%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야후파이낸스는 "메모리 시장이 무너지는 모습이 아니라 AI 수요에 의해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에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공급업체다. 회사는 AI 시스템 성능이 메모리 성능과 용량에 크게 좌우되면서 메모리가 더 이상 범용 부품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 확대와 구조적 공급 제약으로 인해 메모리 시장의 수급 긴장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급락을 촉발했던 AI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수년치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 계약과 선급금 지급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메모리 반도체가 과거처럼 경기 민감형 범용 제품이 아니라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