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머스크 '우주 데이터센터' 일축…"AI 승부 지상서 결판"

"전기료보다 칩이 더 중요…10년 뒤보다 향후 몇 년이 승부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한국계 일본인 마사요시 손(한국명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가 일론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인공지능(AI) 경쟁의 승패는 우주가 아닌 지상의 컴퓨팅 인프라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소프트뱅크 통신 자회사 주주총회에서 "AI 전쟁에서 앞으로 몇 년이 10년 뒤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소프트뱅크는 지상에서 강력한 데이터센터 역량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공격하는 자가 승리한다(He who strikes first wins)"고 강조했다.

"전기료 아껴도 우주 운송·유지비 더 든다"

이번 발언은 한 주주가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에 대해 소프트뱅크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블루오리진은 최근 지구 궤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지상의 전력망 제약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손 회장은 우주 데이터센터는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에서 전력비는 칩과 같은 하드웨어 비용에 비하면 작은 비중"이라며 "전기료 절감 효과가 있더라도 장비를 우주로 운반하는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통신 지연 등을 감안하면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는 놀라운 변화의 촉진자(agent of change)"라고 평가하면서도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AI 100배 성장 가능…병목은 전력 아닌 컴퓨팅"

손 회장은 AI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그는 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이 모두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AI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시장 규모가 10배, 100배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AI 인프라 투자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는 기업으로 오픈AI에 약 650억달러를 투자한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수천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미국 오하이오주 등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손 회장의 발언은 최근 AI 업계에서 제기되는 '우주 데이터센터' 논쟁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된다. AI 모델 규모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기업들은 우주 공간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은 현재 AI 산업의 핵심 병목이 전력보다 컴퓨팅 자원 확보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저장장치 등 핵심 하드웨어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주 데이터센터는 장기적 구상일 뿐 단기적인 AI 경쟁력 확보와는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소프트뱅크 통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미야카와 준이치는 미국에서 네오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용 저장배터리 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일본에서 자체 네오클라우드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