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폭 반납…미·이란, 60일 최종합의 로드맵 마련
스위스 첫 후속협상…호르무즈 안전통항·레바논 휴전 감시체계 구축 합의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장 초반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양국이 첫 고위급 협상을 마치고 60일 내 최종 합의를 위한 로드맵 마련에 합의하면서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22일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브렌트유는 장 초반 2%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며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0.6%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상승폭을 축소한 채 배럴당 76달러대에서 거래됐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낙폭을 줄였고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달러 가치는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시장은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진행한 첫 고위급 협상 결과에 주목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는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 중재국들이 참여한 첫 고위급 회담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향후 60일 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고 협상 전반을 감독할 고위급위원회(High Level Committee)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합의 이행 점검, 분쟁 조정 등을 담당할 실무그룹도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상업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당사국 간 직통 소통 채널(communication line)을 구축하고, 레바논 휴전 이행을 감독할 '군사 충돌 방지 협의체(de-confliction cell)'도 설치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은 이번 주 남은 기간 동안 후속 기술협상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상은 시작부터 혼선을 빚었다. 이란 현지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이란을 다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이란 대표단이 회담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협상 시작과 거의 동시에 "이란은 레바논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대리세력들을 즉시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난주보다 훨씬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후 AFP와 로이터는 이란 대표단이 여전히 협상에 관여하고 있으며 협상은 일시 중단됐을 뿐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은 멈췄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Talks have paused but not ended)"라고 전했다.
딜린 우 페퍼스톤그룹 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은 미국·이란 합의가 취약하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지정학적 위험을 공격적으로 재평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양국은 지난주 체결한 이른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를 통해 해협 재개방과 중동 전쟁 종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별도의 통신 채널 구축을 명시한 것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오판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은 최근 이란의 재봉쇄 선언과 미국의 "통항 정상" 주장이 엇갈리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첫 고위급 회담이 예상보다 구체적인 협상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다소 회복됐다. 이날 일본 토픽스(TOPIX) 지수는 1.2% 상승세고 미국 S&P500 선물은 낙폭을 축소했다.
앞으로 진행될 실무협상에서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 문제에 얼마나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질지가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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