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5% 급락, 80달러 하회…호르무즈 재개 기대에 3개월 최저치

브렌트유·WTI 3월 초 이후 최저…전쟁 이전 수준 근접
미·이란 잠정합의에 이란 원유 수출 허용 전망

15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06.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중동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에 이틀 연속 급락하며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6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4.21달러(5.1%) 하락한 배럴당 78.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4.70달러(5.8%) 내린 76.0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3월 2일 이후, WTI는 3월 4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2월 27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2.48달러, WTI는 67.02달러였다.

시장은 중동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잠정 합의안의 세부 내용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안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합의 서명과 동시에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합의안은 지난 4월 발표된 불안정한 휴전을 60일 추가 연장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사실상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즈호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는 로이터에 "호르무즈 해협이 곧 재개방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원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이전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나온다. 선박 운항과 에너지 수출이 정상화되기까지 수주가 걸릴 수 있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이란이 최종 핵합의에 서명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시장은 보상 문제, 제재 해제, 핵합의 등 복잡한 쟁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합의 성공 가능성에 큰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 소식에 주요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을 잇따라 낮췄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이 원유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유가에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5월 경제지표는 회복세가 고르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5월 원유 정제 처리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해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러시아에 종전 협상을 촉구한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대러 제재 일부가 완화돼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러시아는 2025년 기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산유국이다.

통화정책 환경도 유가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두 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됐지만 인플레이션 위험과 견조한 고용시장이 금리인하 기대를 약화시켰다.

일본은행(BOJ)도 이날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하며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와 기업 활동 비용이 증가해 경제 성장과 원유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