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6만달러 방어 시험대…2022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 14%
절대 안 판다던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처분 사태 일파만파
ETF 13일째 자금 유출…스페이스X 상장·AI 반도체로 자금 이동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비트코인이 6만달러선까지 위협 받으면서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 사태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할 위기에 놓였다.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비트코인이 오랫동안 의존해온 핵심 투자 서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5일(현지시간) 뉴욕 거래에서 한때 6만1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며 주간 기준 약 14% 하락했다.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던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Strategy)의 비트코인 매도였다. 스트래티지는 지난주 비트코인 32개를 약 250만달러에 매도했다. 규모 자체는 회사가 보유한 84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시장은 이를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2020년 이후 '절대 팔지 않는다' 전략을 대표해 온 스트래티지가 처음으로 보유 자산을 현금화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우선주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단순한 매도보다 더 큰 의미로 해석했다. 비트코인 비판론자인 피터 시프는 "문제는 32개를 팔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이 앞으로 더 큰 매도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고 본다. CNBC방송은 비트코인이 최근 수개월 동안 자신을 떠받쳐온 핵심 투자 논리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위기 속 '디지털 금'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AI 기술주처럼 성장주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오히려 약세를 이어갔다. 씨티그룹의 알렉스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이 가격 상승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며 "최근 투자자 관심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3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사상 최장 기록이다. ETF 순자산 규모도 5월 중순 1078억달러에서 최근 828억달러로 감소했다.
투자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 AI 관련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AMD와 마이크론, 인텔 등은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여기에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스페이스X와 향후 상장이 예상되는 오픈AI, 앤트로픽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울프리서치의 롭 긴즈버그 전략가는 "AI와 반도체가 시장의 초과 유동성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며 "눈 감고 반도체 주식을 사도 몇 주 만에 투자금이 두세 배가 되는 상황에서 누가 암호화폐를 사겠느냐"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업체 윈터뮤트의 전략가 재스퍼 드 마에르는 FT에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그들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9일 공개될 스트래티지의 다음 비트코인 보유 현황에 주목하고 있다. 스트래티지가 최근 매도 이후 다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면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
반대로 추가 매도 또는 매수 중단이 확인될 경우 시장은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수요처마저 약해지고 있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일러는 최근 비트코인 급락에 대해 "오히려 기회(opportunity)"라며 기존 강세론을 유지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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