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부자는 소비, 서민은 버티기"…고물가에 美 'K자 양극화' 심화
베이지북 "중산층, 달러 한 푼까지 아껴 쓰는 중"
에너지發 물가 상승에 카드 사용 늘고 연체율도 상승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물가 부담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집중되면서 소득 계층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연방준비제도(Fed)가 진단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서 고소득층은 여전히 견조한 소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저소득층은 물가 상승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연준 산하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기업인과 경제학자, 지역 관계자 등을 인터뷰해 작성하는 보고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고소득 가계는 물가 상승에 대한 민감도가 낮고 소비도 비교적 견조했다"며 "반면 중산층은 소비를 결정하기 전에 달러 한 푼의 가치를 최대한 뽑아내려 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더 큰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는 신용카드 사용 증가와 소매점 방문 감소, 생필품 수요 확대 현상이 나타났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차량 가격과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차 수요가 둔화하고 소비자들이 중고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은행권 건전성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소비자대출, 농업대출의 연체율이 일부 지역에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준은 물가 상승세가 지난 4월보다 5월에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와 포장 비용, 식료품 가격, 비료 가격 등으로 확산되며 광범위한 물가 압력을 유발하고 있다고 연준은 분석했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압박받고 있다. 보고서는 원재료와 에너지 등 비노동 비용 상승 속도가 판매 가격 인상 속도를 웃돌고 있다며 기업들의 마진 압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 대상 기업들은 높아진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제조업과 고용시장이다. 연준은 제조업 활동이 대부분 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였으며 제조업 고용은 방산 수요와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힘입어 가장 강한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고용시장은 여전히 '저채용·저해고(low-hire, low-fire)'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퇴사자 충원이나 핵심 인력 확보 중심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연준은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혜택이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K자형'으로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라 경제적 상황이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계층은 자산 가격 상승과 견조한 소비의 수혜를 누리는 반면 다른 계층은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연준은 오는 16~17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이번 베이지북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견조한 경제 지표가 맞물리면서 연준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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