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다시 '위험 구간' 진입…160엔 방어선 앞둔 日당국 고민

지난달 630억달러 투입에도 슈퍼 엔저 재개…160엔 턱밑
美 협조·투기세력 압박…日 당국·투기세력 신경전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o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가 지난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촉발했던 수준까지 다시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이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여부에 쏠리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28일 뉴욕 시간대 거래에서 159.65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는 일본 정부가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4월 말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을 기록했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환율은 159.30엔으로 다소 내려왔다. 이날 오전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이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한 영향으로 보인다.

환율이 160엔으로 바싹 다가선 상황에서 일본 당국의 개입 재개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4월 말과 5월 초 엔화 방어를 위해 약 630억 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보유한 약 1조 달러 규모 외환보유액의 일부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이 보유한 외환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현재 수준의 개입을 약 30차례 정도 더 실시할 여력이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일본이 보유 자산 대부분을 환율 방어에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최근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가 다시 늘어나면서 시장과 일본 당국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스쿠 외환전략가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수록 일본은 투기 세력에 더 취약해 보일 수 있다"며 "엔화 매도 압력이 완화될 조짐이 없는 만큼 당국과 시장 간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당국의 개입은 미국의 협조가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NLI연구소의 우에노 다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개입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워싱턴이 부정적 입장을 보일 경우 오히려 투기적 엔화 매도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현재 일본 정부가 환율 변동 속도보다 달러당 160엔 선 자체를 방어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무상의 공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개입을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전제로 거래에 나서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일본의 한 은행 외환딜러는 수입업체들의 실수요와 투기적 거래가 겹치며 달러당 155~157엔 구간에 달러 매수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개입 시점은 162엔 이전이 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 일본계 은행 딜러는 "정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160엔 선을 방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 배경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도 자리하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됐으며, 일본은행(BOJ)의 신중한 금리 인상 기조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재정 확대 기대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