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큰손 호객 나선 예측시장…칼시, 기관 거래량 800% 급증

6개월 사이 연 거래액 1780억 달러…매크로 헤지 수요 겨냥
"유동성 부족 해결해야 제도권 안착 vs. 합법적 대체자산 기대"

예측 플랫폼 칼시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개인 투자자들의 베팅 열풍으로 급성장한 예측시장 플랫폼들이 다음 성장 동력으로 월가의 대형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칼시 등 주요 예측 플랫폼들은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금융기관들을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다루지 않는 미묘한 거시경제 리스크를 헤지(회피)하려는 기관들의 수요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기관들의 자금 유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칼시의 기관 사업 총괄인 앤디 로스는 최근 플랫폼 내에서 최초의 맞춤형 대량매매(블록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칼시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 6개월간 3배 이상 증가한 178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기관 투자자의 거래량은 같은 기간 800% 급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기관 고객은 주로 매달 발표되는 고용 지표 등 정기적인 경제 이벤트 결과와 연계된 계약을 주로 사들인다. 동일한 플랫폼에서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계약 규모는 수백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에 따라 예측시장 플랫폼들은 월가의 제도권 브로커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금융 서비스사인 클리어 스트리트는 칼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관 고객에게 이벤트 계약 접근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형 트레이딩 업체인 점프 트레이딩과 마렉스 역시 칼시 및 경쟁사 폴리마켓과 협력해 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퀀트 펀드와 마켓메이커들도 예측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퀀트 펀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밀한 투자 기회를 노리고, 마켓메이커(시장조성자)는 상시 호가를 제시해 시장의 얇은 호가창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진입은 개인 중심이었던 예측시장의 체급을 제도권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로이터가 채용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 서스쿼해나, 암호화폐 거래소 OKX 등이 최근 예측시장 전문 트레이더 채용 공고를 냈다. 시티즌스 JMP의 데빈 라이언 연구 총괄은 "다른 투자 상품의 잡음 없이 특정 위험 요소만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격리해 낼 수 있는 점이 예측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측시장이 대형 투자회사를 완전히 정착시키려면 플랫폼 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거래 규모에 비해 호가창이 너무 얇아 대규모 주문이 들어오면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락하기 때문이다.

솔리디우스 랩스의 아사프 메이어 CEO는 "하루 거래대금이 최소 1000만 달러는 되어야 헤지펀드가 자금을 보낸다"며 "기관 정착은 어쩌다 한 번 나오는 대량매매가 아니라 지속적인 자금 흐름을 의미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측시장 연동 플랫폼인 스탠드의 에드워드 리질리 CEO 역시 "폴리마켓 내 상위권 시장조차 전체 유동성이 3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해 기관이 거액을 넣으면 가격이 요동친다"며 "현재는 자금력이 작은 개인 중심이며 기관의 관심은 높지만 실제 거래 활동은 미미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제도권 안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코인베이스의 예측시장 총괄 토니 게마옐은 "예측시장이 점차 합법적인 대체 자산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기관들은 전통 금융상품이 간접적으로만 포착하는 특정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예측시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