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IPO 노리는 스페이스X…"우주 아닌 'AI 제국' 비전"

투자설명서 공개…스타링크·xAI·궤도형 데이터센터 결합한 거대 AI플랫폼 규정
머스크에 '85% 의결권' 절대적 권한 부여…수익성 확보 우려 등 회의론도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로고의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 2022.12.19. ⓒ 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페이스X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를 공개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우주 사업보다 인공지능(AI)에 쏠리고 있다. 화성 탐사와 로켓 발사 기업으로 알려진 스페이스X가 실제로는 스타링크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xAI를 결합한 거대한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는 20일(현지시간) 공개한 투자설명서에서 AI 관련 사업을 포함한 전체 잠재 시장 규모(TAM)를 28조50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 숫자는 스페이스X가 스스로를 단순 우주기업이 아니라 AI 시대 핵심 인프라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투자설명서를 두고 "일론 머스크의 가장 대담한 비전이 담긴 문서"라고 평가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지만 화성 식민지와 소행성 채굴, 궤도형 AI 데이터센터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지난해에만 130억 달러 규모 AI 하드웨어 투자가 이뤄졌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또 머스크에게 사실상 절대적 지배권을 부여하는 지배구조에도 주목했다. 초의결권(super-voting shares) 구조를 통해 머스크가 사실상 해임이 불가능한 수준의 권한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초의결권은 일반 주식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머스크는 지분율 자체는 약 40% 수준이더라도 실제 의결권은 그보다 훨씬 높은 85%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 머스크는 외부 투자자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사실상 절대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로이터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머스크 경제(Muskonomy)'의 내부 연결 구조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머스크의 사업들은 이제 단순 계열사 수준을 넘어 AI·반도체·데이터센터·우주 인터넷·전기차 사업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처럼 서로 얽혀 돌아가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최근에는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가 스페이스X와 합병되면서 우주·AI 사업 간 경계도 더욱 흐려졌다.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서 앤트로픽이 멤피스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인 콜로서스(Colossus) 사용 대가로 2029년까지 매달 12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로이터는 또 스페이스X와 xAI가 지난해 테슬라로부터 수억달러 규모 장비와 차량을 구매하는 등 계열사 간 내부 거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에 대해 "역사상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최대 800억 달러 조달과 1조5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대 최대였던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IPO 기록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WSJ 역시 스페이스X가 더 이상 단순 우주기업이 아니라 스타링크와 AI 데이터센터, xAI를 결합한 거대한 AI 인프라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스페이스X의 핵심 투자 포인트를 AI에서 찾았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가 최근 xAI를 합병한 이후 우주 사업보다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궤도형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 테라팹(TeraFab)이 새로운 성장 스토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서 2028년부터 궤도형 AI 컴퓨팅 위성(orbital AI compute satellites) 배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베드퍼드 미국 연방항공청(FAA) 청장도 이날 포럼에서 스페이스X가 향후 5년 안에 연간 발사 횟수를 1만회 수준까지 늘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 비용과 수익성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AI 연산 인프라를 운영하는 구상한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냉각 비용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지상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로켓 발사 비용과 우주 환경에서의 유지·보수 문제, 방사선 대응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가 실제 상업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회의론도 적지 않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 IPO가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기업 상장 러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정학 리스크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초대형 기술 IPO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IPO가 단순한 우주기업 상장을 넘어 AI 시대 자본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86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지만 대규모 AI 투자 영향으로 적자를 냈다. 특히 AI 사업 부문은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개발 비용으로 상당한 현금 소모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