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핀테크 전용 결제계좌 추진…암호화폐 결제망 접근 확대 신호
은행 수준 안전망은 제외…트럼프 행정명령 직후 발표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핀테크와 암호화폐 기업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제한적 결제 계좌(payment account)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보도자료를 내고 핀테크 기업 등이 연준 결제망(payment rails)을 통해 직접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유형의 제한적 계좌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연준은 이번 계좌가 지급결제(clearing and settlement) 기능에 특화된 제한적 계좌라고 설명했다. 금융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결제 시스템 리스크는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해당 계좌는 기존 은행이 누리는 수준의 중앙은행 안전망(backstop)은 제공되지 않는다.
연준은 성명에서 해당 계좌가 장중 유동성 지원(intraday credit)이나 연준 할인창구(discount window) 접근 권한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또 연준 예치금에 대한 이자 지급도 없다. 자동화된 초과인출(overdraft) 방지 장치를 통해서는 결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연준은 설명했다.
핀테크·암호화폐 기업들에 결제망 접근은 일부 허용하되 전통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중앙은행 보호 장치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이 기존의 전통 은행 중심 결제 체계에서 핀테크와 암호화폐 기업들이 일부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구조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핀테크와 암호화폐 업계는 연준의 마스터 계좌(master account) 접근 확대를 요구해왔다. 마스터 계좌는 은행들이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에 직접 연결돼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 계좌다. 이를 활용하면 거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핀테크·암호화폐 기업들이 연준 결제망에 직접 접근할 경우 운영·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연준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이번 제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불법 금융(illicit finance)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분위기는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미 핀테크와 암호화폐 기업용 제한적 결제 계좌 도입 가능성을 처음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암호화폐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제한적 형태의 연준 마스터 계좌를 승인받았다. 현재 리플, 앵커디지털, 와이즈 등도 마스터 계좌 확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직후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준에 결제 계좌 정책을 재검토하고 핀테크 접근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클라로스그룹의 로먼 골드스타인 수석디렉터는 로이터에 "백악관이 연준 결제 시스템 접근 확대를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준은 이번 방안이 마스터 계좌 접근 자격 자체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규정상 예금취급기관(depository institutions)만 연준 계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최종 승인 권한 역시 지역 연방준비은행에 남아 있다고 연준은 확인했다. 연준은 또 정책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비전통 금융회사들의 기존 계좌 신청 심사를 일시 중단해달라고 지역 연은들에 권고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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