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증시 이끌지만 채권은 비명"…월가 덮친 新인플레 공포

10년물 4.5%·30년물 5% 돌파…"새 인플레 체제 시작 가능성"
AI 실적 낙관이 증시 떠받치지만 "호르무즈 장기 봉쇄 위험"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뉴욕 증시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채권 시장의 경고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뉴욕 증시는 고공 행진 중이지만 채권시장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5%를 넘어섰고 기준물인 10년물 국채금리도 4.5%를 돌파했다. 이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채권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에 본격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월가 투자자들은 우려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윈포커스의 공동창업자인 폴 카거는 로이터에 "아침·점심·저녁마다 고객들이 왜 시장 전망이 이렇게 엇갈리는지 묻는다"며 "실적은 긍정적이지만 유가와 인플레이션은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현금과 금, 원자재 비중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대형 기술주 투자도 유지하는 바벨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질 위험을 채권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시장 담당 책임자를 지낸 달립 싱 PGIM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이민 제한, 이란 전쟁까지 공급 충격이 겹치며 구조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은 올해 금리인하보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크레셋캐피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몇 달만 더 봉쇄돼도 투자자들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새로운 인플레이션 체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 역시 "지금 시장은 사실상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 거래의 문턱에 서 있다"며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재정적자 확대와 공급 충격 누적 속에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장기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장기채 매입이나 국채 발행 구조 조정 등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교착 속에 배럴당 110달러를 향했다.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증시를 떠받치는 힘은 기업 실적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다. 미국 상장기업들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약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야누스헨더슨의 제러마이아 버클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투자 붐과 생산성 향상이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AI 관련 종목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향후 조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반영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아직 호르무즈 장기 봉쇄 가능성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BCA리서치의 매슈 거트켄 지정학 전략가는 "이란 위기는 올해 남은 기간 시장 흐름 자체를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