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낙관론 '워시의 연준' 온다…시장은 금리인하보다 인상 베팅
연준 '대수술' 예고한 워시 이르면 18일 취임 선서…"혹독한 환경 직면"
트럼프 금리인하 기대 vs 채권금리 급등·인플레 재확산…연준 내분도 과제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르면 18일(현지시간) 공식 취임 선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워시 체제가 인공지능(AI) 생산성 낙관론과 재확산하는 인플레이션 압력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워시가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리게 될 금융시장 환경은 그의 기존 경제 철학과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것이라는 워시의 낙관론과 달리 시장은 최근 오히려 더 높은 금리와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는 내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아질 가능성을 약 60%로 반영했다. 올해 말 금리인상 가능성도 사실상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수입물가 지표는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고 소매판매 역시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리인하가 아니라 금리인상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5%를 돌파했고 일본 30년물 국채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4%를 기록했다. 영국 장기 국채 금리 역시 199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도 부담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고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압력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워시는 현대사에서 가장 독특한 경제 상황 가운데 하나를 물려받게 됐다"며 "AI 열풍과 인플레이션, 장기금리 급등, 고용 불안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는 환경 속에서 연준의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시는 인플레이션 분석 체계와 대차대조표 운영, 시장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연준 개혁 구상을 짜고 있다. 워시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연준 역할은 보다 제한돼야 한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그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필수적이며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의회가 부여한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나 의원들이 금리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가 통화정책의 운영상 독립성을 곧바로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인하 압박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정치적 긴장을 감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동시에 AI 생산성 향상이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존 판단 아래 보다 적극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도 읽힌다.
워시는 최근까지 AI 생산성 혁명이 장기적으로 물가를 낮추고 금리인하 여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연준이 장기채 보유 규모를 줄이면 단기금리를 낮출 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도 내놨다.
연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대규모 자산매입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현재 약 6조7000억 달러 규모인 연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보다 절제된 형태로 바꾸려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연 8회로 정례화된 기자회견과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금리전망 점도표(dot plot)에 대해 워시는 부정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지나치게 명확한 정책 신호를 주는 방식이 오히려 자산시장 왜곡을 키웠다는 판단이다.
워시 연준 의장이 이르면 18일 공식 취임 선서를 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연준 내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시의 공식 취임 절차와 관련 서류 작업이 진행 중이며 선서가 "이르면 월요일(as soon as Monday)" 18일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워시 취임 전까지 제롬 파월 의장을 임시 의장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미셸 보우먼 감독 담당 부의장과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임시 체제 운영 방식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나타냈다.
워시는 지난 13일 상원 인준을 통과했지만 윤리 심사와 자산 처분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아직 공식 취임하지 못한 상태다. 로이터에 따르면 워시의 선서는 백악관의 최종 서명과 자산 처분 관련 절차가 마무리돼야 가능하다.
보우먼 부의장과 마이런 이사는 별도 공동성명을 내고 "임시 의장 기간은 최소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파월 임시 체제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주장이다.
반면 친파월 진영에선 마이클 바 연준 이사가 워시의 핵심 구상인 대차대조표 축소론을 "잘못된 목표"라고 비판하며 워시 체제에서 상당한 내부 분열이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바 이사는 지난 14일 뉴욕대 머니마케터스 행사 연설에서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는 잘못된 목표"라며 "은행 시스템 복원력을 약화시키고 금융시장 기능을 저해하며 궁극적으로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급격한 대차대조표 축소가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다. 실제로 2019년 미국 레포(repo) 시장 금리 급등 사태 역시 준비금 부족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바 이사는 "연준의 발자국(footprint)을 단순히 자산 규모로만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부 제안들은 오히려 연준의 시장 개입을 더 자주 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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