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발 인플레와 트럼프 협공…연준 새 수장 워시 줄타기 험난

파월 이어 15일쯤 연준의장 취임 전망
4월 소비자물가 3년만에 최대 상승…파월도 이사 잔류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2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4.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취임이 임박한 케빈 워시가 임기 시작부터 고유가발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압박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불안한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금리 인하 압박이라는 복합적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압박이 막대하다.

미 상원은 12일(현지시간) 워시의 연준 이사 인준안을 통과시켰고, 파월 현 의장 임기가 끝나는 15일 이전 워시를 임기 4년(연임 가능)의 차기 의장으로 인준할 것이 확실시된다. 파월 현 의장의 임기는 15일 끝난다.

유가발 인플레 재확산…워시 앞에 놓인 첫 시험대

워시가 취임 직후 마주하게 될 환경은 녹록지 않다. 워시가 '매우 난감한(impossible)' 상황에서 연준을 맡게 됐다는 게 학자들의 경고다. 우선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연하게 되살아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3.7%도 웃돌았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도 3.5%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특히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4월 미국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비에너지 서비스 가격도 0.5% 올랐다. 의류 가격은 지난 1년간 4.2%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시는 금리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사이에 끼어 있다"고 평가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윌콕스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워시는 매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취임하게 된다"며 "금리인하를 고집하는 대통령과 문제적 인플레이션 시나리오 사이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연준 내부 분위기도 매파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 일부 지역 연은 총재들은 더 이상 "다음 조치가 금리인하"라는 기존 가이던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카고 연은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에서 열린 후버 연구소 컨퍼런스에서 최근 "AI 생산성 혁명이 금리인하 여력을 만든다"는 워시의 기존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굴스비는 AI 투자 확대가 오히려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토지, 반도체 가격 상승을 유발해 중립금리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일시적 인플레 실패 유산…트럼프 금리인하 압박도 변수

여기에 파월 의장이 남긴 인플레이션 유산도 워시의 부담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위원회는 이날 사설에서 "워시가 폴 볼커 이후 가장 어려운 통화정책 환경을 물려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특히 파월 체제의 가장 큰 실수로 팬데믹 당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 현상으로 판단한 점을 지목했다. 당시 연준은 공급망 충격에만 초점을 맞춘 채 막대한 재정지출과 초저금리 정책이 만든 수요 측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미국의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뒤늦은 급격한 긴축에 나서야 했다. WSJ는 최근 물가 재반등 역시 "올해 초 디스인플레이션이 또 다른 허상에 불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유가 충격을 완화하려고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될 수 있고 반대로 유가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워시가 연준 내부를 장악하는 것보다 트럼프와의 관계 관리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까지도 파월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지속적이고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해왔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여전히 심리 중이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의장직 퇴임 이후에도 당분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워시 체제는 당분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준 내부에서는 파월이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연준 직원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파월의 존재가 워시의 연준 장악을 쉽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