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장비 대납·증설 투자 제안까지"…빅테크의 SK하이닉스 러브콜

로이터 "전례 없는 조건의 제안 받고 있어"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4.23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한국의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공급 확보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전례 없는 조건의 투자·초고가 장비 지원 제안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사실상 메모리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들은 최근 SK하이닉스에 신규 생산라인 투자와 반도체 장비 구매 자금 지원 등을 제안했다. 해당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부 제안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 비용 지원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핵심 설비로 대당 수억달러에 달한다.

또 다른 제안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 중인 대규모 생산단지 초기 공정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해당 공장이 AI용 D램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메모리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메모리 산업은 전통적으로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이 반복된 경향이 컸지만 이번 AI 사이클은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AI 시대 핵심 병목이 GPU에서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 AI칩에 들어가는 HBM 공급을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빅테크들의 메모리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현재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사실상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현재 가용 생산능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특정 고객용으로 따로 배정할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의 투자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정 고객 자금을 받으면 장기 공급 의무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로이터에 "기존 장기 계약과는 다른 다양한 구조적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장기 공급 계약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논의에는 연간 가격 상·하단을 미리 정하는 가격 밴드(price band) 방식이나 고객사가 전체 금액의 30~40%를 선지급하는 방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