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세계 원유재고 8년래 최저…"가격 급등 분기점 임박"
올 4월 원유 비축량 2억배럴 급감…하루 660만배럴씩 줄어
수요 줄었지만 공급 손실 더 커…여름 성수기 앞두고 경고음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중동전쟁 여파로 세계 원유 재고가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여름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FT에 따르면 S&P 글로벌 에너지는 올 4월 한 달간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약 2억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 660만 배럴씩 줄어든 셈이다. 고유가로 원유 수요도 하루 약 500만 배럴 줄었지만, 공급 감소 속도가 이를 웃돌면서 재고 소진이 빨라졌단 게 S&P의 분석이다.
짐 버크하드 S&P 원유 리서치 책임자는 세계 원유 재고 변동 폭이 통상적으로 월간 수십만~100만 배럴 수준이라며 이번 감소 폭은 "일반적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미국·이란의 선제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원유 시장에서 약 10억 배럴의 공급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이번 전쟁 발발 후 급등세를 보여 왔다. 이란과 미국 모두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제한한 데다 역내 에너지 시설도 전쟁 피해를 본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달 5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유지되면서 전장 대비 4% 하락한 배럴당 110달러 아래에서 마감했다고 FT가 전했다. 그러나 FT는 "시장에선 세계 재고가 임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으며, 그 시점이 수주 안에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S&P 또한 "전 세계 원유 재고는 약 40억 배럴이지만, 정유시설 가동과 송유관 압력 유지 등 일상 운영에 묶인 물량이 많아 실제로 즉시 꺼내 쓸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S&P의 집계는 정부 비축유와 민간 재고, 해상 유조선에 실린 물량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분도 반영돼 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 또한 "세계 원유 재고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정제 석유제품의 전 세계 재고가 약 45일 치로 추산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재고 감소 폭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북유럽의 항공유 재고는 올 4월 기준으로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도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달러에 근접했지만, 운전자들의 소비는 아직 크게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S&P는 "미국이 아직 이번 '위기'의 충격을 본격적으로 체감하지는 않았다"며 "미 원유 재고는 여전히 작년 같은 기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고 감소가 집중되고 있어 향후 미국 재고까지 급감할 경우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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