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전자부품 기판 공급망 흔들…AI·IT 비용 급등
수지·구리 등 핵심 소재 부족…AI 서버 수요까지 겹치며 가격 최대 40% 급등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IT·전자업계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AI 서버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PCB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번 충격은 이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직면한 전자업체들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란 전쟁이 공급망, 석유, 플라스틱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분쟁이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IT·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원자재다. 이란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를 공격했고, 이로 인해 PCB 제조에 필수적인 고순도 폴리페닐렌에테르(PPE) 수지 생산이 중단됐다.
해당 설비를 운영하는 사빅은 전 세계 고순도 PPE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공급이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전쟁으로 걸프 지역 해상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PCB 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으며, 3월 이후에는 원자재 확보 경쟁까지 겹치며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PCB 가격은 4월 한 달 동안 최대 40% 급등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향후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보고 가격 상승을 감수하는 분위기다.
원가 부담은 추가로 커지고 있다. PCB 핵심 소재인 구리 가격도 올해 들어 최대 30% 상승했으며, 유리섬유와 에폭시 수지 등 다른 소재 역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구리는 PCB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국의 대덕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D 등 고객사와 가격 인상 협의를 시작했으며, 에폭시 수지 등 화학 소재의 조달 기간이 기존 3주에서 15주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제는 고객 대응보다 원자재 확보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PCB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즈마크에 따르면 2026년 PCB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약 95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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