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前일은 총재 "미중일과 다 원만한 韓경제, 전략적 강점"

글로벌경제 분절화 충격에 한국 경제의 전략적 위치 부각
"日 장기 디플레 심리 해소 및 물가 목표 달성 매우 힘들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가 22일 세계경제연구원-포스코 국제콘퍼런스에서 진행된 온라인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BOJ) 총재는 22일 글로벌 경제가 지정학 갈등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빠르게 분절되고 있다며, 한국은 미·중·일을 잇는 경제적 위치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로다 전 총재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포스코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 온라인 기조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경제가 분절화됐고, 주요 7개국(G7)의 대러 제재와 중국 변수,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흐름이 더욱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BOJ 총재로 재임하며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와 국채수익률곡선 통제(YCC) 등 이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다.

구로다 전 총재는 분절화한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는 주요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과 모두 원만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새로운 지경학 질서에서 중요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세안과 유럽으로 수출을 확대해왔지만 중동·아프리카·남미 시장 진출은 제한적"이라며 수출 다변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3만5000달러로 일본을 상회하고 중국의 약 2.5배 수준"이라며 내수 확대와 과학기술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환경에 대해 "중앙은행이 가장 어려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동시에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중앙은행은 물가를 억제하면서도 경제 활동을 지지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행 재임 시절을 언급하며 물가 목표 달성까지 8년이 걸린 이유로 디플레이션 심리를 지목했다.

그는 "1998년 이후 약 15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이 기업과 가계의 기대에 깊이 자리 잡으면서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디플레이션을 장기간 경험한 경제에서는 물가 기대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며 정책 교훈을 강조했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서는 "특정 국가나 산업에 집중하기보다 글로벌하게 분산 투자하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