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4% 상승…미·이란 휴전연장 기대에도 호르무즈 봉쇄 지속(종합)

WTI 95달러 근접…공급 차질·협상 기대 '엇갈린 신호'

지난 3월 11일 오만 쪽에서 바라본 호르므즈 해협 인근 걸프 해혁의 화물선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속에서도 미·이란 간 휴전 연장 기대를 반영하며 상승세를 재개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3.7% 상승한 배럴당 95달러에 근접해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99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현재 유가는 전쟁 초기 고점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분쟁 이전 대비 약 3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주간의 휴전을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전망이 매우 좋아 보인다"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유가 상승의 근본 배경은 여전히 공급 차질이다. 페르시아만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7주차에 접어들며 사실상 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 선박을 차단하는 봉쇄를 시행 중이고, 이란 역시 해협 통항을 제한하면서 이중 봉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군 수뇌부는 "미국 봉쇄가 지속될 경우 페르시아만과 오만해, 홍해에서의 수출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필요 시 군사 행동 재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번 분쟁은 사상 최대 수준의 공급 충격을 유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리디아 레인포스 애널리스트는 "하루 1천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사라졌다"며 "실물 시장은 훨씬 더 높은 유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먼웰스 뱅크 오브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보고서를 통해 봉쇄가 지속될 경우 지난달 하루 약 380만 배럴에 달했던 호르무즈 해협 수송 물량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유가에 따른 수요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저가 항공사가 항공유 비용 급등을 이유로 로스앤젤레스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아시아 국가들도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태국은 긴급 원유와 비료 확보를 위해 외교 채널을 가동했으며, 인도는 이번 충격이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의 경제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