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美원유수출 '사상 최대' 전망…호르무즈 봉쇄에 亞수요 폭증

하루 520만배럴로 전월비 30% 급증…미국내 인플레 압박 요인도

3월 10일(현지시간)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이란은 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에 혁명수비대 해군으로부터 통과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격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03.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4월 미국의 원유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시아 수입국들이 대체 원유로 미국산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석유운송정보업체 케이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달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520만 배럴로 전월의 390만 배럴보다 3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시아로 보내진 미국산 원유는 82% 급증해 하루 25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향하는 빈 유조선은 68척으로, 지난 2월 28일 전쟁이 발발하기 전 주 24척과 작년 평균 27척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작년 평균은 27척이었다.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유조선 선단이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리스크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FT는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 차질로 아시아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 이전 기준으로 해당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 제품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했던 만큼, 공급 충격이 집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스윙 공급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 리스크로 부족한 물량을 빠르게 메우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이 원유 수출이 급증하면 미국 내 현지 가격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유 수출이 늘어날수록 국내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유가와 연료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산 유가는 전쟁 여파로 급등하며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았고, 현재도 전쟁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확대되면서, 원유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 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해외 수요를 자극해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해외 구매자들에게 더 많은 저가 원유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플러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유가를 억제하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략비축유의 방출이 상업용 재고를 보충하고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은 부족분을 벌충할 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완화할 수 있지만, 민간 셰일 생산이 과거처럼 빠르게 늘지 못하면서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