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달러" 이란, 호르무즈 통행세 가동…위안화·코인 요구
"국가별 1~5등급 분류해 우호국 선박은 유리한 조건"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통과 여부를 선별하는 허가제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료는 중국 위안화 혹은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폐 결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해 사전 협상과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허가 코드와 항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유조선의 경우 통행료는 일반적으로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에서 협상이 시작된다. 초대형 유조선(VLCC)이 약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척당 수백만 달러 규모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제는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폐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국가별로 1~5등급 체계를 적용해, 중국·러시아·인도 등 우호국 선박에 대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적대국으로 분류된 국가와 관련된 선박은 통과 제한 또는 공격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선박이 통과를 위해 국적을 변경하거나 특정 국가의 국기를 달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파키스탄 국기를 달 경우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제안도 있었으며, 실제로 대형 원유 운반선을 대상으로 이러한 제안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운영자는 IRGC와 연결된 중개 회사를 통해 선박 정보와 화물, 승무원 등을 제출해야 하며, 심사를 통과하면 허가 코드와 이동 경로를 받는다. 이후 선박은 해당 코드를 무선으로 송신하고, 이란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라락섬 인근 해역이 이른바 이란 통행료 게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 인도 국적 선박은 라라크섬 인근 좁은 해역으로 허가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국적 LPG 운반선은 지난 2월 28일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항을 출발해 일주일 내 인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전쟁 격화로 해협 통과가 차단되면서 약 3주간 페르시아만에서 대기했다. 이 선박은 이후 3월 23일 이란의 허가를 받아 기존 국제 항로 대신 라라크섬 인근의 좁은 우회 경로를 통해 해협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란의 통행료 부과는 국제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가 자위권 행사라는 이란 측 주장과 달리, 국제 해협의 자유 통항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선박 운영자 입장에서는 IRGC와 거래할 경우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위반할 위험도 있어 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는 전쟁 이전 대비 크게 줄어든 상태지만, 최근 일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체계를 두고 완전 봉쇄보다 더 불확실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선박이 통과할 수는 있지만 비용, 국적, 정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선별 통제체계로 전환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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