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딜 철수'면 유가 안빠진다…이란, 호르무즈 틀어쥘 태세
트럼프 "관련국이 알아서 풀어라"…해협 재개방 없이 종전 가능성
이란, '통행료' 등 통제 의욕…유럽·걸프국, 이란과 협상 또는 압박 주목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군의 철수로 이란 전쟁이 조만간 종료되더라도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통이 이뤄지지 않는 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지속하는 한 공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추가적인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보험 혹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협상력 유지를 노리거나 전후 재건 비용 충당 등 경제적 목적으로 고유가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한달이 넘은 전쟁 과정에서 이란과 주요 걸프국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상당히 손상됐다는 점에서도 전쟁 종료가 즉각적인 유가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브렌트유 6월물은 1일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 배럴당 105.56달러로 1.5% 상승했다. 앞서 5월물은 전날 5% 오른 118.3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3월 한 달 동안 60% 이상 급등하며 1988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1.5% 오른 102.92달러를 기록했으며, 3월 한 달 동안 약 51% 상승해 2020년 5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31일(현지시간) 전쟁 종료 기대감에 2.5~3.8% 급등해 10개월 만에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원유 시장에서는 전쟁 종료 자체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 미군이 작전을 멈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2주 내에, 혹은 그보다 며칠 더 걸릴 수 있다"며 2~3주 안에 군사작전이 종료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나 가스를 원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직접 가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같은 날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도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직접 가서 열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 위한 함정 지원 요청에 유럽 등 동맹국들이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거칠게 비난해 왔다. 이에 트럼프는 더 이상 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동 원유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있다.
이날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올해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는 배럴당 82.85달러로 상향 조정됐는데 전쟁 이전 대비 약 30%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급등 가능성이 크다. 스트라타스 어드바이저스의 존 페이시 애널리스트는 "해협이 한 달 이상 봉쇄될 경우 브렌트유가 19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원유 시장이 주목하는 건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휴전에 합의하지 못한 채 전쟁이 종료되면 이란이 자발적으로 호르무즈를 전쟁 이전처럼 되돌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이 없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 선박에만 막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도 이미 내부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법제화하는 작업을 마쳤으며, 실제 일부 우호국 선박을 선별 통과시키면서 거액의 통행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대로 손을 뗄 경우 걸프 국가들이나 유럽 등 관련 국가들이 이란과 외교적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추진해야 하는데, 미국의 막강한 군사적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이란이 다른 보상 없이 순순히 해협을 열어줄 가능성은 적다.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물적 피해를 입은 이란은 전후 인프라 재건을 위해서라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통한 직접적인 수입은 물론 고유가가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
이란은 국제 제재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통해 원유를 수출해 왔으며, 이번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란은 순순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중동 매체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차단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라면서도 분쟁이 종식되면 이란과 오만이 해협의 안보관리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나설 경우 원유 수송 자체는 유지되지만 비용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국제유가에 구조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이미 걸프국 에너지 인프라가 상당한 피해를 입어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전쟁 이전으로 에너지 공급량을 회복하는 데 최소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트럼프의 언급대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대로 두고 철수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주요 걸프국들과 유럽의 대응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 재개방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주요 걸프국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어 이란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악화했다는 점이 변수다. UAE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외교전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 재개방 작전을 위한 연합군 구성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바레인의 발의로 4월 3일 표결이 예상된다. UAE는 기뢰 제거와 기타 지원 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전쟁 종료와 함께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베타셰어스(Betashar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바사네세는 블룸버그에 "이란이 적대 행위가 끝나면 해협을 재개방할 것으로 보인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을 상대로 한 주요 협상 수단이다. 미국이 물러선다면 이러한 압박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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