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선물 100달러 돌파, 2022년 이후 처음…"추가 상승 리스크"(종합)

이란 전쟁 격화에 상승압력 확대…맥쿼리 "200달러 위험"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성직자가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 TV 건물 근처를 걷고 있다. 2026.03.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전쟁 격화 속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미국 원유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 이상 상승한 배럴당 102.88달러에 마감했다.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110달러대를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전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추가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며 유가가 급등했다. 특히 미국이 중동 지역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전쟁에 가세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100달러 돌파를 중요한 심리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엔버러스의 칼 라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WTI가 100달러 위에서 마감한 것은 트레이더들이 평화 협상 여부와 관계없이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현재 시장은 하방보다 상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3월 한 달 동안 약 60% 급등했으며,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상승은 단순한 수송 차질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와 유전,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출하되는 핵심 거점으로, 실제 타격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시장 불안의 중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 해협은 평시 기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통로지만, 이번 전쟁으로 대부분의 선박 운항이 제한되면서 공급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홍해에서 서방 선박 운항을 사실상 차단했던 후티 반군까지 가세하면서 중동 해상 운송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맥쿼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거래량 감소 속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가격 변동을 피하기 위해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음에도 뚜렷한 종료 신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