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증권 "중동충격 2단계 진입…유가 쇼크→경기 둔화 전이"

공급망 구조적 손상, 수요 파괴 시작…신흥국 타격 우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납사)’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식품 포장재에 이어 종량제봉투까지 품절 사례가 잇따르는 등 '비닐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량제봉투. 2026.3.24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넘어 글로벌 성장 둔화로 확산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념 시타델 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시장이 이란 전쟁 초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을 넘어 글로벌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프랭크 플라이트 전략가는 "시장은 이제 수요 위축, 즉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에 직면하고 있다"며 "향후 국면은 지정학적 긴장 자체보다 성장 충격의 강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소비와 생산 활동이 위축되며 경제 전반의 수요가 파괴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시장은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주요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고, 달러화 역시 안전자산 수요 속에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시장의 시선은 물가보다 경기 둔화로 옮겨가고 있다.

플라이트 전략가는 "단기 금리가 안정되면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성장 훼손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실질 금리는 향후 완만한 하락(플래트닝, 평탄화)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 곡선 평탄화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간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시장이 향후 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물가연동채 등 장기 인플레이션 조정 자산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에 시타델은 주목했다.

이번 중동 전쟁이 완화되더라도 충격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플라이트 전략가는 "설령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는 상당한 구조적 손상이 발생했다"며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이번 사태를 "역대 최악 수준의 원유 시장 교란"으로 평가한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특히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헬륨, 비료 등으로 공급 부족이 확산되며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플라이트 전략가는 "시장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s)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공급 차질과 같은 초기 충격이 물가, 금리, 소비, 공급망 등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며 예상보다 큰 경제적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충격은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가치 하락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이는 다시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플라이트는 "신흥시장 자산 약세가 글로벌 성장 둔화로 되돌아오고, 이는 다시 달러 강세와 금융 긴축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