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發 긴축이 다가온다…G7 중앙은행, 인플레 대응 준비
연준·ECB·BOE·BOJ 모두 금리 동결…고유가에 정책 불확실성 확대
에너지 인프라 타격에 공급 충격 현실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상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 속에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긴축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고유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내놨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유로존 등 사실상 G7(주요 7개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결정 회의 일정이 겹쳤고 일제히 동결을 결정했다.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캐나다 중앙은행(BoC)에 이어 19일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 일본은행(BOJ)과 스위스 및 스웨덴 중앙은행도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정책 스탠스는 분명히 매파적이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임금 인상과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일제히 경계했다.
ECB는 "중동 전쟁으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으며,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와 성장 하방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 목표치를 상회하는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란발 유가 충격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하락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혼란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 4.8%까지 상승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모두 감안했다. 로이터의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ECB 내부에서는 오는 4월 금리 인상 논의를 시작해 6월 긴축을 단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연준 역시 금리 인상이라는 꼬리 위험을 논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8일 금리를 동결한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도, 지난 회의에서도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밝혔다. 다만 "대다수 위원들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은행도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경우 단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중앙은행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확산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 전쟁은 에너지 공급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LNG 시설 등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입으면서 단순한 수송 차질을 넘어 생산 차질 우려까지 커졌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정유사들이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파나마 운하를 통해 미국산 원유를 긴급 공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최소 3척의 유조선이 미국 걸프 연안에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아시아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걸프 연안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파나마 운하 경로를 이용한 사례는 2022년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선박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것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시키는 것이 공급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말했다. 현재 상황과 원유 확보 경쟁을 고려할 때, 아시아 정유사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유조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9달러를 돌파했다가 108달러대에서 등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면서도 "경제에 미칠 영향의 규모와 지속 기간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색소은행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라고 말했다.
앞서 호주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며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이 "중대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 중앙은행 역시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예상보다 작은 폭으로 조정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