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가 충격에 금리 인상…이란發 인플레 압력 확대 신호

5대4 초박빙 결정…추가 긴축 여부는 불투명

호주 멜버른 소재 웨스트팩 은행 지점/ 2025.5.20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호주 중앙은행(RBA)이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했다. 이번 결정은 찬성 5명, 반대 4명이었다는 점에서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RBA는 1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해 4.10%로 올렸다. 호주 기준금리는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단행했던 세 차례 금리 인하 중 두 차례를 되돌린 셈이다.

이번 결정은 5대4로 갈린 초접전으로, RBA가 표결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근소한 표차에 속하며 이는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하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이번 회의는 중동 전쟁 격화와 유가 급등이라는 변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며 국제 유가는 2월 말 이후 40% 넘게 급등했다.

RBA는 성명에서 "중동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지만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글로벌 및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특히 연료 가격 급등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 밝혔다.

실제 호주의 물가 흐름은 다시 악화되는 조짐이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했고, 근원 물가도 3.4%로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목표 범위(2~3%)를 웃돌고 있다.

고용시장도 여전히 과열 상태다. 실업률은 4.1%로 역사적 저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2.6%로 잠재성장률(2%)을 웃돌았다.

수요 압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유가 충격까지 더해지며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명확히 상방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RBA의 판단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비둘기적 인상이라는 평가에 가까웠다. 표결이 팽팽하게 갈린 영향으로 호주 달러는 소폭 하락했고, 국채 금리는 오히려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5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약 30% 수준으로 낮춰 반영하고 있다.

RBA는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 국면에서 다른 주요국 대비 완만한 긴축 경로를 택하며 고용시장 방어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이 재차 반등하자 다시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RBA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분기점 성격도 갖는다.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부터 캐나다 중앙은행, 일본은행,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ECB)까지 금리를 결정하는데 RBA는 주요국 중 처음으로 유가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한 사례가 됐다.

RBA는 "전쟁 장기화와 높은 에너지 가격은 주요 교역국과 호주 경제 성장 모두에 하방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ANZ은행 조사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는 코로나19 초기 봉쇄 시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