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유가 통제는 부작용 초래"…글로벌 거래소, 美재무부에 경고

CME·TMX "정부 개입 부작용"…선물 직접 매매 실효성 의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는 가격으로 표시돼 있다. 2026.3.11ⓒ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재무부가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선물시장 개입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거래소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토론토증권거래소(TSX) 모회사인 TMX그룹 등 주요 거래소 경영진은 미 재무부의 원유 선물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테리 더피 CME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패널 토론에서 "정부가 유가에 개입하는 것을 시장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ME는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로 에너지 선물 거래의 핵심 시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주요 거래소 CEO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의 거래소 CEO는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할 경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미국 정부가 큰 손실을 떠안을 위험도 있다는 설명이다.

TMX그룹의 존 맥켄지 CEO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려 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려다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원유 선물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자금을 이용해 선물시장에서 원유를 직접 매수·매도하며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헤지펀드가 사용하는 시장 대응 전략과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워낙 커 정부가 가격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 계획은 실제 시행 단계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상황에서 원유 선물시장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특정 참가자가 시장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정부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공급 차질로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1억7200만 배럴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에도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행정부 시기 대규모 방출 이후 현재 SPR 충전율이 약 6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시설 유지보수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공급 충격 우려가 커졌고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안한 전략 비축유 4억 배럴 방출도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치솟는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미국 정치에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활비 부담과 직결되는 핵심 정치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