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글로벌 식량 위기 고조…비료 공급 차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남아시아 타격 우려

호르무즈 해협(왼쪽 상단) 위성 사진. 2025.02.05.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식량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와 가스뿐 아니라 농업에 필수적인 비료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농업 생산비 상승과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마비로 농가의 생산비 상승과 작황 악화,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잇따라 경고한다고 CNBC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에너지와 농업 투입 비용 상승은 여러 국가에서 안정되기 시작했던 식품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라지 파텔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글로벌 비료 공급의 '병목 지점(chokepoint)'이라고 지적했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이란 등 걸프 산유국들이 세계 요소비료와 인산 비료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종 시기에 비료 가격이 급등할 경우 농가들이 사용량을 줄이면서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걸프 지역 국가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BMI의 원자재 분석가 빈 후이 옹은 CNBC방송에 "걸프 지역 소비자들은 단기적으로 식품 가격 급등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부유한 산유국들은 항공 운송이나 육상 경로를 통해 식량을 조달할 수 있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지목된다. 텍사스대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되는 비료의 9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한다. 옥수수 같은 주요 작물은 비료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도 비용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농업국들이 걸프 지역에서 수입하는 비료에 크게 의존한다.

비료 가격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 상승 자체도 식량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농기계 연료, 비료 생산, 농산물 운송과 가공 등 식품 공급망 전반에서 에너지가 중요한 비용 요소이기 때문이다.

코넬대 농업경제학자 크리스 배럿 교수는 식량 가격 충격의 규모는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