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亞 경제 직격탄…달러·유가·증시 '동시 압박'
트럼프 "정밀 타격 지속"…달러 강세·위험자산 압박 확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분쟁이 산유국이 밀집한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해상 교통이 마비될 경우 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다.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하며, 최대 수혜국이자 동시에 최대 취약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중동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자 할인된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요처다.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에너지 수송에 대한 의존도 역시 가장 높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거나 통항을 방해할 경우 공급 차질과 운임 급등이 동시에 발생해 아시아 제조업·수출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언급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란이 "단 하루 만에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필요할 때까지 이란에 대한 정밀 타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폭격은 계속될 것이며 일주일 내내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란 군대 다수가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란 군이 면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란인들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표현했다. 단순 보복 차원을 넘어 정권 안정성 자체를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권에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다. 봉쇄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해상 보험료 상승, 선박 우회 운항, 운임 급등 등 2차 비용 충격은 불가피하다.
중국·인도·한국·일본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이 밀집한 아시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운송 차질의 1차 노출지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원자재 변동성 확대, 위험자산 회피 흐름이 교차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분쟁이 단기에 봉합될지, 아니면 해상 병목을 건드리는 구조적 충격으로 확산될지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수 일 동안 유가와 달러 흐름을 봐야 한다. 원유 수송 비용의 선행 지표로 활용되는 탱커 상장지수펀드(ETF)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외환 전략가 오드리 칠드-프리먼은 최근 분쟁이 달러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단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외로 지목했다. 당시에는 교역조건 악화가 유럽 경제에 구조적 충격을 주면서 달러 강세가 장기화했다.
이번 사태 역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지속될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 바클레이즈의 테미스토클리스 피오타키스 등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미국 달러는 약 0.5~1%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에 취약한 엔화 등 통화는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미국 금리곡선의 평탄화 역시 가속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정학 전문가이자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인 마르코 파피치는 시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중간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 발언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파피치는 전술적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그는 "광범위한 위험자산의 경우 단기적 시간 범위에서는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는 10월 이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간 미국 기술주를 앞질렀던 글로벌 주식시장도 이번 분쟁이 위험 심리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 수준으로 되돌림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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