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시 유가 90달러 돌파…석유 인프라 공격시 100달러 이상"

IEA “2026년 공급 305만배럴 초과”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의 지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을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의 모습. 2025.6.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공습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중동 리스크에 노출됐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며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은 27일 배럴당 72.48달러로 2025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에서 마감했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장중 67달러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대비 약 20% 오른 수준이다.

시장 초점은 충돌이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질지 여부다. 이란은 하루 약 33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4위 산유국이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생산의 약 3%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란의 영향력은 단순 생산량을 넘어선다.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을 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쿠웨이트 등의 원유 수출 통로로, 하루 평균 2000만 배럴 이상이 이곳을 지난다. 이란은 과거에도 제재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해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실제로 전면 봉쇄에 나선 적은 없지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위험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8일 보고서에서 △이란 원유 수출 거점 봉쇄나 유조선 나포 시 브렌트유가 10~12달러 상승해 8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란 석유 인프라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방해할 경우 9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SIS의 클레이튼 시걸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송을 방해하는 단계부터 공급 차질이 시작될 수 있다"며 "이후 이란의 대응 수위가 가격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쓰가노 히로키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군사 행동은 지난해보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공급 감소 위험도 더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체제 압박을 강화할 경우 궁지에 몰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충돌에 그칠 경우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노가미 다카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을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6월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당시에도 WTI는 약 10달러 상승했지만 12일 만에 휴전에 도달하며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기준으로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은 하루 305만 배럴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가의 향방은 이란 에너지 시설 피해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유지 여부, 그리고 충돌의 지속 기간에 달려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