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축복 혹은 저주]③반도체 순풍 탄 韓…AI 수혜 지속 조건은

핌코 "韓 성장 질 개선 평가…환율·내수·거시경제 관건"
시트리니 "AI 가속 나선 속 한국·대만 초과성과 가능"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서밋 2025’에서 관람객들이 엔비디아 AI 가속기 GB300에 도입되는 SK하이닉스 메모리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3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월가에서 인공지능(AI) 확산을 둘러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한국은 비관론과 낙관론 진영 모두에서 수혜 경제로 거론된다.

지난주 시장을 뒤흔든 시트리니 리서치는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지능 대체 나선(Intelligence Displacement Spiral)' 속에서도 한국과 대만이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도 기술 채택이 생산성과 성장의 질을 개선하는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그러나 핌코는 그 수혜가 지속되려면 환율 안정과 내수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핌코 "한국, 기술 주도 성장의 유용한 사례"

스티븐 창 핌코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상무이사는 2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기술 도입이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사이클이 2026년 성장 전망에 의미 있는 부스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회복세는 기술 주도·수출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8%에서 2.0%로 상향했다. 창 매니저는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장 압박 없이 경제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한 성장이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을 줄인다는 논리다. AI 수혜가 물가 부담 없는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수혜의 조건…환율과 통화정책이 변수

그러나 핌코는 한국의 AI 수혜에 조건을 달았다. 창 매니저는 "환율 변동성이 핵심 취약점이며 한국은행의 결정을 형성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의 최근 신호는 명확했다. 만장일치 매파적 동결, 단기 완화 없음을 시사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그리고 원화를 정책 제약 요인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중립금리 경로에 대해서도 창 매니저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생산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립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라며 "환율을 포함한 금융 여건과 대외 안정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고 말했다.

기술 주도 효율성이 성장의 질을 높이지만 환율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금리 경로의 핵심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수혜와 충격 사이…시차를 두고 오는 위험

시트리니는 지능 대체 나선이라는 악순환 속에서도 AI 인프라 복합체는 계속 성장하고 이로 인해 한국이 아웃퍼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고, TSMC는 95% 이상 가동률을 유지했으며, 빅테크는 분기당 1500억~2000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쏟아부었다.

보고서는 "이 트렌드에 순수하게 올라탄 대만과 한국은 대규모 아웃퍼폼을 기록했다"고 썼다.

하지만 한국의 아웃퍼폼이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시트리니 보고서는 AI로 해고된 미국 노동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그 충격이 글로벌 소비 전반으로 번지는 경로를 그렸다. 미국 소비가 무너지면 한국 반도체·전자제품 수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AI 인프라 수혜와 AI 소비 붕괴 충격이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온다는 구도다.

결국 AI 수혜국 한국이 그 수혜를 지속하려면 반도체 호황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소비가 버텨주고, 원화가 안정되고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