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축복 혹은 저주]②핌코 "새 디스인플레 엔진"…소비붕괴는 과도
스티븐 창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매니저 인터뷰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확산이 실업과 소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글로벌 채권 운용사 핌코는 AI가 구조적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핌코의 스티븐 창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상무이사는 AI를 "구조적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보고 물가와 금리 경로는 AI 공포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로 인해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물가가 더 빠르게 둔화하면 실질구매력은 유지될 수 있어 소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창 핌코 상무이사는 1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AI는 구조적 디스인플레이션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이미 데이터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총 근로시간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서도 경제 성장은 지속되고 있고 이는 성장을 이끄는 주체가 "노동 투입이 아닌 생산성"이라는 설명이다.
핵심은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다. 비용 압박에 직면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AI를 활용해 노동 집약도를 낮추고 마진을 방어하고 있다. 실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미국 생산성은 4.9% 급등하면서 단위 노동 비용이 1.9% 감소했다.
창 매니저는 "사실상 노동시장이 조정 메커니즘이 됐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광범위한 우려에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억제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용이 충격을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인플레이션이 관세에도 억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여력도 생긴다.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 약화가 맞물리면 지속적 인플레이션 위험이 낮아지고, 중앙은행은 경기 위축 없이도 금리를 중립 수준에 가깝게 낮출 수 있다. 창 상무이사는 "AI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지만 거시적 차원에서 균형추를 디스인플레이션 쪽으로 분명히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창 매니저 역시 시트리니가 지적한 '일자리 없는 성장(Jobless Expansion)'의 현실은 인정했지만 그 해석은 달랐다. 창 매니저는 "생산성 이익이 (노동자) 임금이 아닌 (기업) 이윤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시트리니 보고서와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의 국민소득에서 노동 비중은 194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창 매니저는 일자리 없는 성장을 소비 붕괴의 전조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안정의 근거로 읽는다. 그는 "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면 임금과 물가의 나선(wage-price spiral)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춘다"고 말했다.
AI가 노동 집약도를 낮추면 임금 협상력이 약해진다. 노동 몫이 줄어들수록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나선의 출발점 자체가 약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성장세가 유지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AI로 인해 소비 기반이 무너진다는 가정보다는 "임금-물가 나선이 약해진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해석이다.
하지만 창 매니저는 "일자리 없는 확장이 마찰(friction: 고통, 부작용) 없는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분배적 긴장과 정치경제적 위험이 정책 대응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에 재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 정치가 개입하고, 그 개입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본 시나리오는 디스인플레이션이지만 위험은 비선형적이고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위험에 대해서 창 매니저는 거시적으로는 강력한 순풍이지만, 투자 관점에서 위험은 점점 더 미시적·집중적·신용 특화적 성격을 띤다고 평가했다. 거시 경제는 AI 덕분에 순풍이 불지만 투자는 종목·업종을 잘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에너지와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AI 관련 자본투자 규모는 막대하며 2026년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과 아시아 일부, 유럽 전반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전망에 따르면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금은 지난해 4100억달러에 이어 올해 6500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AI 관련 자본투자가 소수 빅테크에 집중되면서 신용시장 규모 대비 편중이 심화하는 점이 문제다. 소수가 흔들리면 자금 조달 시장 전체가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 매니저는 "편중이 심하면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금융 스트레스 국면에 진입하며 발행사들이 합리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창 매니저는 AI가 본질적으로 파괴적(disruptive) 성격을 지닌다는 점도 인정했다. AI는 생산성 총량을 높이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노동집약적 업종에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양호한 성장 환경에서도 일부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시 지표는 우호적이지만 개별 업종·기업 단위에서는 AI발 교란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종목 선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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