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의 'AI 금리인하론' 흔들린다…쿠팡 이사 6년, 사회적 비용은 어디로

워시의 'AI 디스인플레이션' 근거, 경제학자들에게 의문
노동과로·개인정보 유출 등 사회적 비용은 반영 안 돼

쿠팡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김범석(가운데)과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왼쪽),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2023년 7월 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 케빈 워시의 핵심 논리인 '인공지능(AI) 생산성' 이론이 흔들리고 있다. 워시는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주장해 왔다.

워시가 6년간 거버넌스 이사로 재직한 쿠팡의 AI 기반 물류 모델 경험이 그의 생산성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노동자 과로사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사회적 비용이 생산성 지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가능성도 있다.

"워시의 AI 디스인플레이션 근거 약하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제이슨 퍼먼은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워시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퍼먼은 1990년대 후반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생산성 붐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은 "대체로 잘못된 역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9년 5월 그린스펀 연설 이후 연준이 한 달 만에 25bp(1bp=0.01%o) 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생산성 가속을 인정하면서도 통화 긴축은 병행됐다고 강조했다.

퍼먼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은 인플레이션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생산성은 경제의 실질 공급 능력을 의미하지만,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속적인 생산성 상승은 중립 실질금리를 끌어올려 중앙은행이 더 높은 명목금리를 유지해야 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생산성 붐이 현실화한다면 연준이 해야 할 일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인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카고대 클라크센터와 FT가 공동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경제학자의 약 60%가 앞으로 2년간 AI가 인플레이션과 차입 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제로(0)"일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45명의 경제학자 대부분은 AI가 앞으로 24개월간 PCE 인플레이션과 중립 금리 모두에서 0.2%포인트 미만의 영향만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약 3분의 1은 오히려 AI가 중립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답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지난 2017년 5월 8일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7.5.8 ⓒ 로이터=뉴스1
워시-드러켄밀러-베선트 연결고리

AI가 곧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거시경제학적 반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AI 생산성 논리와 관련한 그의 기업 이력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프록시 자료에 따르면 워시는 2019년 10월부터 쿠팡 이사로 재직 중이다. 보상위원회와 지명·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연간 약 32만 달러의 주식 보상을 받는다. 보유 주식은 약 47만 주로 현재 시가 약 950만 달러 상당이다.

워시는 2011년 연준 이사 퇴임 후 헤지펀드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오피스에 파트너로 합류했다. 드러켄밀러는 쿠팡 상장 전부터 투자해 현재 약 930만 주(약 2억400만 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드러켄밀러 밑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워시는 2012년부터 UPS 이사도 겸임하고 있어 미국 최대 물류 기업과 한국의 AI 기반 물류 시스템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환경은 극명하게 다르다. UPS는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팀스터스(Teamsters)와 단체협약을 맺고 있어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강도 조정에 제약이 있다. 2023년에는 파업 위협 끝에 대폭적인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반면 쿠팡은 배송기사 상당수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돼 있고, 노조 조직률이 낮은 구조다.

워시가 쿠팡에서 목격한 것은 단순한 물류 혁신이 아니라, 규제와 노조 환경이 다른 조건에서 AI 최적화가 발휘될 수 있는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험이 그의 생산성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주)이 2025년 4월 8일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한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무역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의 증언을 듣고 있다. 2025.4.8 ⓒ 로이터=뉴스1
쿠팡 이사 이력·이해충돌 논란…인준 변수 되나

쿠팡의 경우 배송 속도와 물류 효율은 생산성 지표에 잡히지만 노동자의 과로와 산업재해, 개인정보 유출은 잡히지 않는다. 이런 비용이 누락된 상태에서 측정된 생산성 향상이 거시경제 차원에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른 아세모글루 MIT 교수는 'AI의 해악(Harms of AI)'이라는 논문에서 "AI가 현재 경로대로 배치되고 규제되지 않으면 경쟁 훼손, 소비자 프라이버시 침해, 과도한 자동화로 인한 불평등 심화, 비효율적 임금 하락, 노동자 생산성 향상 실패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워시가 쿠팡 이사회에서 물류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는 보상위원회와 지명·거버넌스위원회 소속이다. 다만 6년간 이사로 재직하며 AI 기반 물류 시스템의 성과와 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워시의 연준 의장 인준 청문회에서 쿠팡 이사 이력이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측 티머시 화이트 대변인은 뉴스1과의 이메일 답변을 통해 "워시와 이해 충돌 관련(Kevin Warsh and conflicts of interest) 질의에 대해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상원의원의 입장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워시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민주당 간사다.

블룸버그통신은 워시가 2019년부터 쿠팡 이사로 재직 중인 점과 베선트 재무장관이 쿠팡 초기 투자자 드러켄밀러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쿠팡이 지난 2년간 최소 550만 달러를 로비에 지출했으며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코리아 임시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사실도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