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보다 적극 재정' 사나에노믹스 전면에…감세는 일단 신중
올해 122조엔 '사상 최대' 본예산 논의 예정…금융시장 불안한 시선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집중 투자…엔화·채권 약세 및 수입물가 리스크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손에 넣으면서 그간 주장해 온 확장적 재정 운용과 전략산업 집중 투자 등 주요 경제정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마주할 장애물은 총선에서 참패한 야권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막대한 재정부양의 재원으로 식료품 감세를 내세운 점이 뇌관이다. 2년 한시적 식료품 소비세 면제는 대중적 지지를 얻는 가장 강력한 무기지만, 재정 파탄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집권 자민당이 8일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310석)를 넘는 316석을 차지하는 역사적 대승을 거두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성장 투자 중심의 경제 정책은 거침없는 추진력을 얻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된 17개 우선 분야에 대한 7조2000억 엔 규모의 투자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미 21조3000억 엔 규모의 경제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새롭게 꾸려질 중의원에서 본격 논의할 2026년도 본예산은 사상 최대인 122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다카이치의 경제 정책(사나에노믹스)을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보다 더 공격적인 확장 재정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거둔 압승이 그녀에게 강력한 정치적 자산(Political Leeway)을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장의 우려(채권 금리 상승 등)를 경청하면서도 자신의 경제 비전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또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대중적 인기,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의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이 향후 정책 추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브루스 커크는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으로 국방 및 경제 안보와 관련된 국가 전략 테마가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진 캐피탈의 제이미 할스는 이번 승리가 사실상 '사나에노믹스'에 대한 국민적 승인이며, 소비세 감세와 국방비 증액이 내수 및 방산주에 강력한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뜨거운 감자인 2년간 식료품 소비세 면제는 추진하되 실행 과정에서는 상당한 속도 조절과 '출구 전략'이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당장 감세를 단행하기보다 야당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초당파 국민회의를 통해 논의를 가속화한다는 입장이다. 선거용 공약을 지키면서도 재정 악화에 대한 비판을 분산한다는 전략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압승이 확실시된 전날 밤 소비세 면제에 대해 "자민당 단독으로 강요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초당파 국민회의 논의를 통한 여야 합의를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도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강조하며 재정 악화 우려를 감안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소 다로 부총재,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등 재정 매파들 역시 버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후보 중 20%가 여전히 소비세 현상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제 감세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당내 합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의 승리를 '주가 호재'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엔저·채권 가격 하락(금리 급등)·재정 악화'라는 트리플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도 감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공격적인 재정 지출은 엔화 약세를 부추겨 수입 물가를 올린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물가 잡기가 요원해지며 '민생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재원 대책 없이 감세 경쟁에만 몰두할 경우 시장의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었지만, 총선 승리 이후에는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한 '책임 재정'을 강조하며 일본은행(BOJ)의 완만한 금리 인상을 용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겐자키 진 도쿄 리서치 본부장은 로이터에 "다카이치 압승으로 그동안 감세를 주장해온 야당과 협력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식료품 소비세 감세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며 "이제 정부가 소비세 공약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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