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매둘기'…연준의장 지명자 워시發 불확실성 감싼 시장

블룸버그, 유동성 파티 '숙취' 경고…뉴욕증시는 낙관론 여전
WSJ "의장 지명 받기 위한 치밀한 전략적 변신일 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스크린 화면을 보고 있다. 2026.1.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이사를 지명한 직후 금과 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과 폭등을 오가며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였다. 반면 뉴욕 증시는 여전히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유동성 파티'를 이어가며 상반된 반응이다.

시장의 반응이 이토록 혼란스러운 것은 워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원조 매파' 혹은 '친트럼프 비둘기파'로 극단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지명을 받기 위해 잠시 비둘기인 척 하는 매(매둘기)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시장에는 긴장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은 시장서 하루에 1경원 증발…뉴욕 증시는 현실 부정?

워시의 귀환이 연준의 6.6조 달러(약 8800조 원) 규모 양적완화(QE) 숙취(Hangover)를 둘러싼 긴장을 재점화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지난 10여 년간 무제한 유동성이라는 공짜 술에 취해있던 금융시장이 이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다.

유동성 숙취의 고통은 원자재 시장에서 패닉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워시 지명 발표 직후 국제 금값은 온스당 5400달러에서 4800달러 선까지 13% 폭락했고, 은값은 하루 만에 31%가 넘는 역사적 폭락을 기록해 온스당 114달러에서 78달러 수직 낙하했다. 단 하루 만에 금·은 시장에서 시가총액 약 7.4조 달러(약 1경 원)가 증발한 것이다.

2일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금값은 온스당 4800~5000달러 선을 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은값은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온스당 80달러선 회복을 시도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전히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다우(-0.42%), 나스닥(-0.17%) 등 소폭 하락 마감했으나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일 아시아 오전 선물 시장에서도 S&P500 선물과 나스닥 100 선물은 각각 -0.3~-0.6%대 하락 선에서 숨고르기와 눈치보기 중이다.

증시가 금리 상승의 공포보다 트럼프의 저금리 압박이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여전히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양적 긴축)해 장기 국채 금리를 떨어뜨리면 단기 기준금리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고 주장한다. TJM 인스티튜셔널 서비스의 데이비드 로빈 금리 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워시가 결국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 금리 급등의 역설…"기준금리 내려도 주담대는 오른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수익률 곡선의 가팔라짐(Steepening, 스티프닝)이다. 지명 발표 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일주일 만에 최고치인 4.27%까지 치솟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장기 국채 금리가 튀어 올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는 금리 역설을 의미한다.

플란테 모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의 짐 베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를 통해 "시장 기대치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며 기업 실적이 눈높이에 못 미칠 경우 주가가 가혹하게 응징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레딧사이츠(CreditSights)의 재크 그리피스 투자등급 및 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워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를 강력히 비판해온 인물"이라며 그가 자산 축소에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워시가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긴축 효과를 내는 '비둘기의 탈을 쓴 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지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하며 정치적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워시는 최근 AI 혁명이 물가 상승 없는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논리로 트럼프와 결합했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지명을 받기 위한 치밀한 전략적 재발명(Reinvented)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그의 독립성을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5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전까지 뉴욕 금융 시장은 워시 지명을 놓고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