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화 개입 예고…"트럼프식 적극적 환율 관리 시대 열렸다"

WSJ "美재무부의 이례적 환율 점검, 실제 시장 개입 이어질 가능성"
美, 제조업 부활 위해 '약달러' 추구와 日 엔저 방어 이해관계 맞아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이 최근 일본과 공조해 이례적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고 이는 대외 금융관계를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간 미 재무부가 견지해온 '시장 방임(Hands-off)' 원칙을 깨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주 미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을 통해 월가 주요 시중 은행에 달러-엔 환율의 실시간 시세를 묻는 '환율 점검(Rate check·레이트 체크)'을 단행했다.

이번 환율 점검의 목적인 시장 개입이 실제로 단행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평가했다.

WSJ는 "미국의 외환 개입은 매우 드물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금융관계 관리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접근(more active approach)한다는 맥락에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베선트의 전략적 계산…美제조업 부활 위한 亞통화 약세

미국이 일본과 조율해 환율 관리에 나선 배경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달러 약세, 특히 아시아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를 원한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오히려 일본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적자 축소라는 목표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이 '적정선' 유지를 위해 직접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외교적 도구…아르헨티나 페소 이어 엔화 방어

환율을 미국 제조업 보호와 우방국 지원을 위한 '외교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WSJ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가 2월 8일 조기 총선을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지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최대 남미 동맹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중간선거 직전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왑을 체결, 페소화를 지지한 바 있다.

이번 엔화 방어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소비세 면제' 공약으로 재정 건전성 우려에 따른 엔저가 심화되자 미국이 직접 구원투수로 등판한 형국이다.

270조원 실탄 장전…엔 캐리 청산은 뉴욕 증시 리스크

WSJ는 미국의 개입이 단행될 경우 재무부 산하 환율안정기금(ESF)에 장전된 약 2000억 달러(약 270조 원) 규모의 실탄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SJ에 "재무부의 이번 점검으로 비밀은 이미 세상 밖으로 나왔다"며 "투자자들은 이미 개입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Pricing)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엔화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타국 통화에 대해서도 미국이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미 재무부와 일본 재무성이 실제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달러당 엔화 환율은 다시 160엔선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급격한 엔화 강세는 자칫 엔화를 빌려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부를 가능성이 있어, 뉴욕 증시 전반에 예기치 못한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 월가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WSJ은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