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약세인가 무질서한 추락인가…트럼프 '달러 흔들기'가 품은 독
엔화 3% 폭등·금값 5000달러 돌파…‘약달러 공조’ 속 미국 붕괴 위험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6일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 대비 3% 가까운 초강세로 돌아서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달러 패권을 흔들어 실익을 챙기려는 고도의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의 노림수는 대내외적 악재와 맞물려 통제 불능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험도 도사린다.
일본이 미국과 전격적으로 외환 시장 개입을 공조할 가능성에 이날 오전 11시 41분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3% 가까이 폭락해 153엔 후반으로 154엔마저 무너졌다.
사흘 전만 해도 달러당 환율이 159엔까지 치솟으며 엔저가 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엔화가 초강세로 돌아선 결정적 요인은 미국 당국의 움직임이었다. 미 재무부의 지시를 받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개입 전 단계인 '환율 점검(Rate Check)'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도한 엔저를 막기 위해 미·일 당국이 전격적 공조에 나섰다는 분석이 확산하며 엔화 매수와 달러 매도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여기에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5일 TV 토론회에서 "투기 세력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동안 엔저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의 '숏 커버링(공매도 환매수)' 물량까지 더해지며 엔화는 초강세다.
이번 조치 뒤에는 미국 국채 금리를 낮추려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블룸버그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엔화 약세를 저지해 일본 국채(JGB) 금리를 안정시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베선트의 핵심 목표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만큼, 엔화 가치를 지지해 일본 자금의 이탈을 막아야 미국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 30년간 미 재무부가 고수했던 '강한 달러 정책(Strong Dollar Policy)'의 사실상 종언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권의 상징인 강달러 대신 제조업 부흥과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아시아 우방국과의 '약달러 공조(마러라고 합의)'라는 실리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엔화 강세를 유발하는 조치를 통해 주요 교역국 대비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잠재적 공동 환율 개입 논쟁이 재점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러한 ‘달러 흔들기’가 자칫 연착륙이 아닌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먼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과부하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과 이를 둘러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과의 정면충돌은 시장에 유례없는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다. 또 트럼프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3%에 육박했던 것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반영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 파괴적 행보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또 내부 사회의 균열이 심각하다. 미니애폴리스에서 3주 사이에 연방 요원에 의해 2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사망하면서 미 전역으로 대규모 시위가 번질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핵심 가치가 공격받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정조준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이를 이유로 예산안 통과 거부와 정부 셧다운까지 거론하면서,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미국 시스템의 안정성'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다.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은 탈달러화와 불안한 투자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파는 이유가 베선트의 전략적 유도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 하락 때문이라면 트럼프의 달러 흔들기 전략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마이클 케이힐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예외주의를 지탱하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지정학적 무리수로 흔들리고 있다"며 "신뢰가 상실된 상태에서의 약달러 유도는 자본 유출을 동반한 무질서한 하락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라 찬단 JP모건 공동헤드 역시 "관세와 사회적 혼란이 결합한 달러 약세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폭등시키는 치명적인 독이 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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