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러라고 합의' 가동되나…미국, 엔·원·대만달러 공동 개입 가능성
로이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5년 만에 다자간 공동 개입"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일본 엔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까지 지지하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가 실제 가동됐다는 추측이 무성하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엔화는 물론 원화와 대만 달러화를 아우르는 아시아 주요 통화를 지지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실제 이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최근 엔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과 관련한 미·일 공동 개입 가능성을 분석하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 경제 수장과도 원화 문제를 논의했으며, 매우 이례적으로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이 기초 경제 여건(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원화와 엔화에 대비해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외환 분석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넬리 창립자는 로이터에 "베선트 장관의 원화 관련 발언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엔, 원, 대만달러 가치를 안정화하거나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믿는 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1985년 달러 강세를 꺾기 위해 체결됐던 '플라자 합의'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현했다는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의 이름을 따 '마러라고 합의'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우방국이 달러 강세를 억제하고 각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마러라고 합의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미국과 아시아 우방국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정부로서 강달러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무역 적자를 심화시킨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아 내부적 인플레이션 압박과 민심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만약 미·일·한·대만 등의 다자간 공동 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주요 7개국(G7)의 공동 행동 이후 15년 만에 벌어지는 역사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된다. 당시에는 엔고를 막기 위한 '엔화 매도'였으나, 이번에는 달러 강세를 꺾기 위한 '아시아 통화 매수'가 될 전망이다.
이미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달 초 베선트 장관을 만나 엔화의 '일방적인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이어 베선트 장관이 한국 원화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미 물밑에서 아시아 주요 통화의 가치를 떠받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타결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당장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환율 방어가 절실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당대표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시장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투기적이고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시장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앞서 시장에서 개입 임계치로 간주하는 160엔 선에 육박했으나, 지난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환율 점검(레이트 체크)'을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155엔 초반으로 내려왔다. 환율 점검은 외환 당국이 시중 은행에 현재 거래되는 환율을 묻는 행위로, 통상 실개입 직전에 단행되는 강력한 경고 수단이다. 트레이더들은 이를 미·일 공동 개입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26일 오전 아시아 시장은 호주 공휴일로 인한 저유동성 속에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은 뉴욕 연은의 환율 점검과 다카이치 총리의 강력한 경고에 직면하며 막대한 손실 위기에 처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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