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빅쇼트' 버리, AI 공룡에 맞서다…이번에도 너무 성급했나?"
'AI 거품' 주장으로 다시 고독한 승부사 기질 드러내
버핏은 '예언자' 호평했지만…"너무 일찍 베팅하는 게 약점"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 마이클 버리가 시장의 대세인 인공지능(AI) 산업을 겨냥한 거품 주장으로 성공할지 아니면 또 다시 성급한 오판으로 판명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버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서사에 반기를 드는 고독한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묘사했다. 과거 그는 닷컴 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남들보다 훨씬 일찍 하락을 예측해 고난을 겪었지만, 결국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그는 현재의 AI 열풍 역시 "현실과 괴리된 거품"으로 규정하고 다시 한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버리는 엔비디아가 현재 약 190달러 선에서 110달러(약 37% 하락)까지, 팔란티어는 약 200달러 선에서 50달러(약 75% 하락)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버리가 이번 AI 붐을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특히 '데이터 전송 거품'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리는 엔비디아의 순환적 자본 지출에 대해 "고객사(메타, 오라클 등)에 자금을 지원해 자사 칩을 사게 만드는 구조가 과거 엔론(Enron)식 분식 회계와 닮았다"고 주장한다.
데이터센터와 칩의 수명을 길게 잡아 감가상각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수익을 부풀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팔란티어의 경우, 실제 이익보다는 주식보상비용(SBC)에 의존하고 있어 경제적 기초가 부실하다고 버리는 비판한다.
WSJ은 버리의 행보에 대해 성급한 판단 혹은 예언적 성격이라는 극명한 시각 차이를 함께 다뤘다. 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그린은 "버리의 유일한 약점은 너무 일찍 베팅한다는 것"이라며 "닷컴 버블 때도, 주택 버블 때도 그랬다. 문제는 이게 언제 끝나느냐"라고 말했다.
WSJ은 버리가 지난 15년간 시장 붕괴에 대한 극적인 예측을 여러 차례 틀렸다고 평가했다. 2023년 1월 31일 "매도하라(SELL)"고 외쳤지만, 그 이후 S&P500 지수는 약 70% 상승했고 버리 스스로도 이를 "잘못된 판단"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WSJ은 투자 현인 워런 버핏이 버리를 그리스 신화의 예언자 '카산드라'에 비유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터져 나온 그의 경고가 시장의 잠재적 리스크를 환기시켰다고 덧붙였다. 버리는 헤지펀드를 정리하고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Cassandra Unchained)'를 시작해 17만1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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