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낙폭 0.8% 확대…일본은행 금리인상 선반영 "팩트에 팔아라"

달러당 환율 156엔 후반대…엔화 4주래 최약세 근접
우에다 총재 기자회견 이후 낙폭 확대…"중립금리 특정 못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가 4주 만에 최약세에 근접했다. 일본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0.75%로 올렸지만 향후 인상 시점이나 최종 금리에 대한 구체적 단서는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5시 33분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0.83% 뛰어 156.83엔으로 움직였다. 금리 인상 결정이 나오기 40분 전 환율은 155.70엔 수준이었지만 결정 이후 156엔을 넘겼고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 회견 이후에 157엔을 향했다.

일단 이번 인상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예고되었던 만큼, 투자자들은 결정이 나오자 오히려 '사실(fact)에 근거한 매도'에 나섰다. 또 우에다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의 시점과 속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점도 엔화를 더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중립금리 수치에 대해서 우에다 총재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경제를 가열 혹은 냉각시키지 않는 중립금리에 대해 그는 "추정치는 상당한 편차가 있어 미리 특정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중립금리라는 특정 수치를 최종 목적지로 제시하기보다 경제 반응을 살피며 데이터 기반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피하고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바트 와카바야시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현재 시장의 반응은 일본은행의 향후 행보에 대한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다음 인상을 반드시 단행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미일 금리차는 약 3년 만에 최소로 축소됐지만 엔저는 지속됐다. 통상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면 엔화 강세, 달러 약세가 유도되지만 엔저의 수수께끼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가 지속되는 '수수께끼'는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적 요인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적자, 디지털 적자, 해외투자 확대와 같은 일본 경제의 뿌리 깊은 구조적 요인들이 슈퍼 엔저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달러당 엔화 환율의 모멘텀이 강해지면서 핵심적 추세선 부근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며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올라간다면(엔화 약세) 11월 20일 기록한 고점인 157.89엔을 넘겨 올해 최고치였던 158.87엔까지 상승할 길이 열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일본 정부가 환율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추측에 불이 지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