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준금리 오늘 25bp 인상 유력…향후 금리경로·엔캐리 주목

일본은행, 엔화 약세 등 반영해 11개월만에 추가 인상…30년만에 최고 0.75%
중립금리 등으로 추가 인상 시사 가능성…엔캐리 청산시 나스닥·암호화폐 타격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부 건물 위에 일장기가 휘날리고 있다. (자료사진) 2025.1.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BOJ)이 19일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는 신호지만,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방어가 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개월 만에 금리 인상…"진짜 이유는 엔화 약세"

BOJ는 이틀 일정의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이날 마무리하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0.75%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거의 100% 확률로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이달 초 이례적으로 명확하게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또 임금상승 모멘텀이 유지되고 미국 관세 충격이 우려보다 적었다는 데이터가 나오면서 시장 기대가 굳어졌다. 이번 금리 인상은 만장일치로 예상되는데, 우에다 총재 취임 후 네 차례 금리 인상 중 처음으로 전원 찬성을 이끌어낸 것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일본 인플레이션이 목표 2%를 3년 이상 상회하며 금리 인상 환경이 충분하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진짜 배경은 엔화 약세 영향이라고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 81%는 설명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는 10개월 만에 최약세로 수입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웠다.

나티시스은행의 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애널리스트는 인베스팅라이브닷컴에 "엔화 약세가 BOJ와 정부가 금리 인상에 합의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엔화 약세 비용이 가계에 가시화되면서 인상을 용인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회동하고 있다. 2025.11.18. ⓒ 로이터=뉴스1
향후 금리 경로가 관건…블룸버그 5대 관전 포인트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핵심 관심사는 향후 금리 경로로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추가 인상 여지, 중립금리, 자연이자율, 매파와 비둘기파 균형, 다카이치 총리와 관계 등에 주목했다.

먼저 추가 인상 여지 시사 여부다. BOJ는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언급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0.75%로 올려도 주요국 중 가장 낮은 금리이고, 물가는 3년 반 넘게 2% 목표를 상회하고 있다.

둘째, 중립금리 언급 방식이다. BOJ는 중립금리를 1~2.5% 범위로 제시해왔는데 이를 상향 조정하면 예상보다 인상 여지가 크다는 신호가 된다.

셋째, 자연이자율 개념 활용 가능성이다. 우에다 총재는 중립금리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자연이자율(natural rate)'을 먼저 거론할 수 있다. 자연이자율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기 전의 중립금리 개념으로, BOJ 물가 목표 2%를 더하면 중립금리가 된다.

우에다 총재가 중립금리를 직접 말하면 "거기까지 올리겠다"는 신호가 되지만, 자연이자율을 먼저 언급해 시장이 스스로 계산하게 하면서 구체적 경로는 밝히지 않는 우회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쓸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는 뉘앙스를 주면서도 매파·비둘기파 어느 쪽으로도 해석 여지를 남길 수 있다.

넷째, 매파·비둘기파 균형 잡기다. 학자 출신인 우에다 총재는 금리를 올릴 때는 매파적으로 이유를 나열하고, 동결할 때는 비둘기파적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매파적 신호를 보내면 엔화 약세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만, 최근 급등한 채권 금리를 더 자극해 내년도 예산을 편성 중인 다카이치 내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비둘기파적 메시지가 나오면 엔화가 달러당 160엔을 향해 약세로 돌아설 위험이 있다.

다섯째, 다카이치 총리와의 관계다. 우에다 총재가 향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경기 부양을 원하는 다카이치 총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질문이 나올 전망이다. 지난 10월 다카이치 취임 이후 첫 금리 인상인 만큼, 정부 측 대표가 우려를 표명하는지도 주목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5.4.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엔캐리 청산 가능성도…비트코인·기술주 급락 위험

BOJ의 금리 인상이 충분히 시장에 전달된 만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은 지난해 여름처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코인데스크는 "인상 후에도 일본 금리는 0.75%로 미국 3.75%와 여전히 큰 격차가 있어 대규모 캐리 청산을 유발하기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미 1.95%로 수년 만에 고점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뉴욕 증시의 기술주,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이 하락세라는 점에서 청산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엔캐리는 초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주로 미국 국채, 기술주, 암호화폐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다. 수십 년간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데스크들이 엔캐리 방식으로 기술주와 미국 국채에 투자해왔다.

BOJ가 금리를 올리면 엔화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감소한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위험자산 매도가 촉발된다.

실제로 2024년 7월 말 BOJ가 금리를 0.25%로 깜짝 인상하자 대규모 엔캐리 청산이 일어났다. 당시 S&P 500은 3일 만에 6% 하락했고, 캐리 트레이드 유동성의 수혜를 받아온 기술주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뉴욕 증시의 변동성 지수는 2020년 팬데믹 패닉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비트코인도 약 6만 5000달러에서 5만 달러까지 급락했다.

한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는 X 계정에서 "일본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비트코인은 20~25% 급락했다"며 "이 패턴이 반복되면 12월 19일 비트코인은 7만 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바차트의 시니어 시장 전략가 존 롤랜드는 야후 파이낸스에 "BOJ 금리 인상이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주에 가장 중요한 매크로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미국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서면 대규모 청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