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싯 연준행? 월가 격앙…"트러스 악몽, 미국서 터질 수도"
FT "월가 채권 큰손들, 재무부에 해싯 임명 우려 표명"
이코노미스트 "당파적 해싯 대신 기술 관료 월러 선택해야"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를 맡고 있는 케빈 해싯 위원장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내정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했고 월스트리트의 채권 투자자들이 해싯의 임명에 대한 우려를 미국 재무부에 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당파적인 인물 대신 기술 관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해싯의 과거 이력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FT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월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 자산운용사 경영진 등 미국 채권 시장의 거물들과 개별 면담을 갖고 해싯 등 연준 의장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면담에 참여했던 복수의 채권 투자자들은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과도한 밀착 관계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더라도 무분별한 금리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FT는 전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FT에 "아무도 '트러스 사태(Truss-ed)'를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감세안이 영국 채권 시장에 충격을 주며 대규모 매도 사태를 촉발했던 사건을 비유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해싯보다는 블랙록의 릭 라이더 혹은 월러 연준 이사 등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더 독립적이라고 평가받는 후보들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해싯이 올해 초 재무부 부채자문위원회(TBAC) 위원들과 만났을 때 시장 관련 이야기 대신 멕시코 마약 카르텔 등 백악관의 주요 현안을 주로 논의했다며, 그의 금융 시장 전문성에 대한 일부 의구심도 전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케빈 해싯이 아니라 크리스 월러가 연준을 이끌어야 한다'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통해 당파적인 인물 대신 기술 관료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싯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경제학자로서의 평판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일례로 해싯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2020년 5월 코로나19 사망자가 곧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큐빅 모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싯이 금리 정책에 대해 무지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는 금리 정책을 추진할 위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시장은 해싯을 '트럼프의 꼭두각시'로 여기며 이는 연준의 신뢰를 갉아 먹는다"고 말했다.
반면 월러 이사는 2009년부터 연준에서 일해 왔고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경제 방향을 예견하는 뛰어난 능력을 입증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특히 2022년 고용 시장 둔화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할 때 그의 낙관론이 옳았으며, 최근 노동 시장 약세도 예측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해싯처럼 당파성이 강한 인물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면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경우,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미국의 장기 차입 비용(금리)이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 금리 상승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저금리'와 '경제 활성화' 목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관료를 임명하는 것이 단순히 옳은 선택일 뿐 아니라, 공화당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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