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도 못막은 'AI 거품' 우려…금리동결 기류에 시장 대혼란

골드만삭스 "AI 투자 집중·군집 위험에 변동성 폭발"
엇갈린 고용 데이터로 12월 금리 인하 기대 후퇴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 설치된 전광판에 장 마감 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5.11.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실적에 따른 반등이 빠르게 사그라들어 몇 시간 만에 시가총액 2조달러가 증발하면서 변동성 파도가 기술주를 강타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중 2.6%까지 올랐다가 2.2% 급락 마감했다. 5%에 가까운 변동 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명명한 '해방의 날' 관세 발표가 있었던 4월 이후 최대다.

엔비디아 실적은 인공지능(AI)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지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는 데에 실패하며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계속 부추겼다.

여기에 셧다운으로 지연 발표된 9월 고용 보고서가 엇갈린 경제 상황을 보여주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시 불안을 키웠다.

"AI 투자 몰린 상태에서 '손실 공포'가 폭락 실행"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블록버스터급 실적에도 나스닥이 2% 넘게 떨어진 원인에 대해 AI 투자 몰린 상태에서 '손실 공포'가 폭락 버튼을 눌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투자 노트를 통해 20일 뉴욕 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며 급락한 것이 "기술적 역학에 의해 촉발됐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존 플러드 파트너는 노트에서 "현재 시장이 '과거 손실'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어 군집위험을 헤지(회피)하는 데에 극단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완전히 이익과 손실의 보호 모드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모든 투자자가 엔비디아와 같은 단일 종목에 몰린 상황(군집 위험)에서 과거 손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혹시나 떨어질 위험"이 커졌다는 얘기다.

같은 날 세계적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 역시 현 뉴욕 증시 상황에 대해 "엔비디아처럼 단 하나의 종목이 시장 전체의 거품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부가 너무나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당장 팔지 않더라도, 주가가 떨어질 때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선물이나 옵션 등으로 헤징을 하거나 공매도를 늘리는 '손실 방어 모드'에 들어갔다.

곧 언제든지 실행할 준비가 된 대규모 잠재적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증시가 갑자기 무너진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이나 자동 손절매 주문들이 일제히 발동하면서 미리 준비된 헤징 물량과 함께 대규모 매도가 동시에 실행됐다고 플러드는 설명했다.

게다가 시장 유동성마저 평소보다 훨씬 낮아 증시가 매도세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더욱 극적으로 쓸려 내려갔다. 결국 엔비디아의 실적이 나쁜 것이 아니라 AI 주식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불안한 투자 심리가 기술적 방아쇠를 당기며 대규모 매도 물량이 터졌다.

뉴욕증권거래소/2025.11.20ⓒ 로이터=뉴스1
"고용은 좋은데 실업률은 4년만 최악"…엇갈린 데이터에 월가 '대혼란'

엇갈린 고용 보고서에 연준 정책이 갈피를 잡기 힘든 점도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설명도 있다. 9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고용은 11만9000건으로 예상의 2배를 넘어섰지만 실업률은 4년 만에 최고인 4.4%로 올라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모순된 데이터와 함께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전까지 핵심적인 10월, 11월 고용 지표를 확인할 수 없는 데이터 공백까지 겹치면서, 연준이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CME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의 투자자들은 12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40%로 보고 있다. 하루 전의 30%에서 상승한 수치이지만 한 달 전 약 99%에 비해 대폭 줄었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상황을 '데이터 안개(data fog)' 속에서 '눈을 가린 채 비행(flying blind)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정보 공백은 연준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며, 결국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이제 월가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나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 동향 등 단편적인 고빈도 데이터에 의존해 연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 다음 달 회의에서 금융 안정성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다음 달 회의 논의는 한층 복잡해졌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날 조지타운 대학교 강연에서 단기적 금리정책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 요소를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쿡 이사는 "현재 비정상적으로 큰 자산 가격 하락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소비와 경제를 지탱해 온 자산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다만, 그는 자산 가격 하락 자체가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쿡 이사는 금융 시스템의 위험 요소로 △급격히 성장하는 사모 신용 시장 △국채 시장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 거래 △기계 기반 거래에 생성형 AI가 도입되는 추세 등을 지목했다.

20일(현지시간)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워싱턴 D.C.에 위치한 조지타운 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여 연설하고 있다. 2025.11.20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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